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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친구는 조랑말 뿐” 재조명 된 고다이라의 ‘네덜란드 2년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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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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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 나오(31·일본)는 올림픽 3연패 도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31)를 차분히 격려하는 장면으로 주목받았다.

이상화가 아쉬움 속에 여러 감정이 담긴 눈물을 흘리는 사이, 고다이라 역시 눈물을 보였다. 고다이라는 레이스 이후에도 고글을 착용하고 있어 표정이 잘 노출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링크를 돌며 세리머리를 하는 동안에도 “(눈물 때문에) 실제로는 시야가 안개로 덮여 여러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스포츠호치’ ‘산케이 스포츠’ 등 각종 일본 언론들은 19일 서른이 넘은 나이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절정기에 오른 고다이라의 땀과 노력을 재조명했다.

고다이라는 2010 밴쿠버올림픽 500m에서 12위, 2014 소치올림픽 500m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은퇴를 선택할 시기에 떠난 네덜란드 유학길. 자비를 들여 홀로 떠난 유학 생활은 고되기 짝이 없었다.

고다이라는 외양간을 개조한 것 같은 오래된 작은 아파트에 머물렀다. 냉장고조차 없는 곳으로 입과 몸에 맞는 음식을 찾기 힘들었다. 더구나 고다이라는 달걀과 유제품으로 알레르기에도 시달렸다.

집에 머물 때면 친구라곤 창 밖의 조랑말 뿐이었다고 한다. 고다이라는 “처음에는 친구가 이 아이 뿐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정이 들면서는 조랑말의 사진을 찍어 동료와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힘들고 또 힘들었던, 그 때 고다이라는 아버지로부터 “인생은 신이 주신 시간으로 여기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은 고다이라가 지난 10년간 술 한잔도 입에 대지 않고 스케이팅을 위해 매진했던 지난 시간에 큰 박수를 보냈다. 고다이라가 이번 평창 대회 500m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딴 동력이 된 새로운 주법도 2년의 네덜란드 생활에서 완성된 것이었다.

고다이라는 언론에 소개된 자기 소개서에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의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는 말을 적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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