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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2018평창]오늘의 빅매치=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 "스켈레톤 기적 우리가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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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원윤종-서영우가 지난 16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힘찬 출발을 하고 있다. 평창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스켈레톤에서 아시아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의 기운을 받아 이번엔 봅슬레이의 원윤종-서영우가 또 한번의 새 역사 만들기에 나선다.

봅슬레이는 스켈레톤과 달리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썰매를 타고 눈과 얼음으로 만든 트랙을 활주하는 경기다. 얼음 위의 F1이라 불릴 만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서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파일럿’ 원윤종(33)과 ‘브레이크맨’ 서영우(27)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메달에 도전한다. 18일 1, 2차 주행에 이어 19일 오후 8시15분부터 3, 4차 주행이 이어진다. 최고 시속 150㎞를 달리는 봅슬레이에서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과 썰매를 밀고 멈추는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맨의 호흡은 메달의 색깔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2010년 ‘썰매 불모지’ 한국에서 봅슬레이를 시작한 원윤종-서영우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전까지 제대로 된 훈련 장소도 없이 외국에서 사용하던 중고 썰매로 훈련을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18위에 오르며 한국 봅슬레이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이어진 2015~2016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월드컵에서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IBSF 월드컵 3차 대회에서는 6위로 밀려났지만 원윤종-서영우는 안방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세계랭킹 1위인 캐나다의 저스틴 크립스도 원윤종-서영우를 우승 후보로 거론했다. 개최국 선수인데다 유능한 선수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 원윤종-서영우는 지난해 9월부터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트랙을 하루에 8번씩 주행하며 훈련에 매진해왔다. 그동안 452번이나 연습 주행을 마쳐 어느 누구보다 트랙을 잘 안다. 개막을 앞두고 얼음과 트랙 상태가 미세하게 달라지긴 했으나 이에 대한 대비도 마친 상태다.

발목에 오륜기 문신을 새기며 평창 올림픽을 준비해 온 서영우는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열심히 노력한 결실을 금메달로 보여드리겠다. 봅슬레이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난의 과정에 있었던 브레이크맨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원윤종은 “국민들이 기뻐할만한 결과를 이뤄내는 것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목표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썰매 종목이 앞으로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선전을 다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고(故) 데니스 말콤 로이드 주행 코치와의 약속 때문이다. 영국 출신 로이드 코치는 지난 2013년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에 영입됐다. 고지식한 성격이지만 지도력 만큼은 세계 최고였던 로이드 코치는 많은 나라에서 지도자로 생활했고 경력이 풍부했다. 우직한 로이드 코치는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의 모든 걸 바꿔놨다. 주먹구구식 훈련 방식을 뜯어고치고 선진화시켰다.. 특히 전세계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15개 트랙에 대한 코스 공략법과 장비 관리 방법까지 세밀하게 지도했다. 그 결과 썰매 변방이던 한국 봅슬레이는 2015~2016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선수들은 그런 로이드 코치를 지도자를 넘어 아버지처럼 따랐다.

하지만 로이드 코치는 2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암이 재발한 것을 알면서도 선수들이 동요할까 투병 사실을 숨기고 훈련을 지도한 것이 몸상태를 더 악화시켰다. 스승은 죽는 날까지 한국 봅슬레이를 걱정하며 제자들에게 “평창올림픽까지 메달을 향해서 앞으로 나가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국 봅슬레이팀은 그런 로이드 코치를 추모하기 위해 ‘곰머(로이드 코치의 별명)’에서 딴 첫 번째 영어 이니셜 ‘G’를 헬멧과 썰매에 붙이고 이번 대회에 나선다. 제자들은 반드시 메달을 따서 하늘에서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을 스승에게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최종 순위는 1~4차 시기 기록을 모두 합산해 매긴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18일 진행된 1·2차 시기에서 합계 1분38초89(1차 시기 49초50, 2차 시기 49초39)로 30개 팀 중 9위에 올랐다. 메달을 노렸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원윤종은 “딱히 한두 코스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내 실수가 컸다. 드라이빙에 문제가 많았다”고 자책하며 “3·4차 시기에는 정말 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 이점을 살려 다시 한번 썰매의 기적을 연출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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