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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2018평창]높은 세계무대, 한국 아이스하키 올림픽 다음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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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에 1-4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 2. 14.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외신으로부터 ‘다크호스’로 꼽히며 이변을 꿈꿨으나 여전히 갈 길은 험난하고 멀다. 이번 올림픽 경험을 바탕으로 뚜렷한 중장기적 계획을 확립해야 하는 한국 아이스하키다.

대한체육회는 평창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 부지런히 아이스하키에 신경썼다. 아이스하키는 동계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이지만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는 규모가 작은 비인기 종목에 불과하다. 남자는 실업 3팀, 군 1팀 밖에 없고 등록선수가 400명을 넘지 않는다. 여자 팀은 국가대표팀 단 하나 밖에 없다. 남녀 모두 올림픽 경험이 전무하다.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력강화를 목표로 외국리그를 경험한 지도자와 선수 영입에 나섰다.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로 활약했던 한국계 캐나다인 백지선을 선임했다. 여자 대표팀은 백 감독의 추천을 받아 NHL 명감독 앤디 머리의 딸 새라 머리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이후 백 감독은 캐나다와 미국 출신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며 귀화를 설득했다. 그 결과 맷 달튼, 마이크 테스트위드, 마이클 스위프트, 랜디 그리핀 희수, 캐롤라인 박, 제니 김 노울즈 등이 한국 국적의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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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백지선 감독(가운데)이 19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진행된 평창올림픽 D-20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7. 7. 19.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효과는 분명했다. 남녀 모두 올림픽이 다가올 수록 빠르게 성장했다, 남자 대표팀은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후 월드 챔피언십 톱 디비전에 진출했다. 불과 몇 년 전 스웨덴에 0-22로 패했던 여자 대표팀도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치른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1-3으로 선전했다. 외신들도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올림픽에서 일방적 응원에 힘입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한 매체도 있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PSN은 테스트위드와 인터뷰를 통해 귀화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심정과 태극기를 달고 뛰는 각오를 생생히 전달하기도 했다. 여자 대표팀이 남북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결정되자 전세계의 관심은 하늘을 찔렀다. 단일팀의 올림픽 첫 경기였던 지난 10일 스위스전은 결승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집결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선 자리가 모자라 수십명의 취재진이 서 있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이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남녀 모두 세계 정상급 국가와 대결에서 현저한 기량 차를 실감했다. 예선통과에 실패했고 순위결정전으로 내려갔다. 올림픽 첫 승과 최하위 탈출이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티켓을 바라봐야 한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평창 올림픽에 고정됐던 시야를 넓혀 인프라 확대와 토종 선수 기량 향상을 이뤄야 당당하게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 여자 대표팀 골키퍼 신소정은 18일 스위스와 순위결정전에서 0-2로 패한 뒤 “우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까 지금처럼 좋은 지원, 체계적 훈련을 하면 4년 후에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신소정의 말처럼 관건은 지원이다. 한 여자 대표팀 선수는 이른 시일 내에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이 창단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분이 좋지만 솔직히 생겨야 생긴다는 마음이 크다. 예전부터 실업팀 창단 얘기가 나왔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고 기대와 우려를 함께 드러냈다. 남자 대표팀 또한 평창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고 귀화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한다는 보장이 없다. 역대 8번째로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한국이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아이스하키처럼 규모가 큰 종목에서 중장기적 청사진을 그리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단일팀은 오는 20일 마지막 경기인 7-8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한 스웨덴을 상대로 올림픽 첫 승을 노린다. 단일팀은 지난 4일 평가전부터 약 보름 동안 스웨덴과 세 번 맞붙게 됐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20일 세계 랭킹 1위 캐나다를 상대로 투지를 보였으나 0-4로 패했다. A조 예선에서 3전 전패를 당해 최하위 12번 시드가 된 한국은 오는 20일 5번 시드 국가와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극적으로 8강에 진출하지만 패할 경우 그대로 올림픽을 마무리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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