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한민국 대표팀이 15일 대만 자이현 도류구장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오승환이 라이브 피칭을 마치고 옷을 갈아있다 덕아웃에 나와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스포츠서울DB)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미스테리다. 발표만 남겨둔 것 같았던 오승환(36)과 텍사스의 계약이 무산 위기에 놓여있다. 구단측은 묵묵부답이고 오승환측은 “말을 아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오승환의 팔 상태는 알려진 것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승환과 함께 훈련한 LG 선수단에서도 “준비를 잘 했고 몸상태도 좋아보였는데 이런 소식이 들려 답답하다”는 분위기다.
세인트루이스에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오승환은 지난 7일(한국시간) 텍사스와 1+1년 최대 925만 달러에 계약하기로 합의했다. 통과의례인 메디컬체크를 받으면 곧 발표될 것 같았던 계약소식이 열흘 동안 들리지 않았다. 텍사스 존 대니얼스 단장은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지난 15일 시작한 스프링캠프 첫 날 “불펜투수 보강에 관해서는 발표할 만한 것이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현지 언론은 “계약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심상치 않은 기류를 전하더니 18일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에서 팔에 당혹스러운 문제가 나타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구단측은 여전히 “확인해줄 게 없다”는 말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오승환 측도 현지 보도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오승환의 팔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느냐는 점이다. 2005년 삼성에 입단해 13년 동안 큰 부상없이 마운드에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잔부상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조금씩의 통증은 안고 있다. 텍사스 언론이 제기한 것처럼 팔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면 본인과 에이전트가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일찌감치 애리조나로 넘어가 LG와 함께 훈련하며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는 점도 오승환이 건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의 훈련을 지켜본 LG 류중일 감독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몸관리도 참 잘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LG 강상수 투수코치는 구종 추가 필요성을 묻는 오승환에게 스플리터를 추천하기도 했다. 팔에 이상 징후가 있는 선수에게 스플리터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스플리터는 체인지업과 달리 릴리스 순간 공을 강하게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팔꿈치에 걸리는 부하가 상대적으로 크다. 더구나 오승환은 손목을 많이 쓰는 유형의 투수다.
‘돌부처’ 오승환(왼쪽)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기위해 첫발을 뗐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팔 상태 이슈에 가려져있지만 텍사스는 오승환과 계약 합의가 알려진 시점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발표’도 하지 않았다. 입장에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 ‘첫 공식 발표’를 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현지 언론인 댈러스 모닝뉴스는 “소식통에 의하면 텍사스는 팀 린스컴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셋업맨과 마무리 옵션을 맡길 수 있는 투수”라고 전했다.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린스컴은 지난 16일 15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쇼케이스를 펼쳤다. 최고구속도 시속 150㎞(93마일)까지 측정됐다. 사이영상 수상자이기도 한 린스컴이 건강하다면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오승환과 계약하는 것보다 낫다. 린스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오승환과의 계약을 매듭짓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팀내 역학 관계 등을 고려해 구두로 합의한 ‘마무리 보장’ 등 계약 조건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몸상태를 트집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오승환이 시즌을 치르지 못할만큼 심각한 부상을 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선택지는 많다. 오승환측은 “양측 입장이 정리되기까지 하루 이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우선은 텍사스와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여의치 않으면 미국내 다른 구단을 알아볼 수도 있다. 일본이나 한국 유턴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일본은 전력 구성이 사실상 끝난 상황이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7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터라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야 국내 복귀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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