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 유즈루가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큰 무대 위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홀로 수행하는 자기와의 싸움인 시간이었다. 평창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선 연기 전 웜업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올림픽이란 중요성을 떠나 선수들이 수천번 넘어지며 연습한 4회전 점프를 실수하지 않고 완성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예술적 점수는 기술적 요소와는 독립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남자 싱글에서 승패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4회전 점프 완성도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우선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와 2위를 한 하뉴 유즈루(일본)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는 똑같이 쿼드러플(4회전) 살코와 쿼드러플 토루프, 트리플(3회전) 악셀과 트리플 토루프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두 선수의 경기 결과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도 있을 텐데 여러 이유중 하나는 프로그램에서 점프를 언제 뛰느냐에 있다. 프로그램 중·후반부에 점프를 뛰게 되면 가산점(GOE)를 더 받게 되는데 하뉴는 두 번의 가산점, 페르난데스는 한 번의 가산점을 받았다. 3위 우노 쇼마, 4위 진보양의 프로그램 구성은 1~2위보다 기본 점수가 더 높게 구성돼 있지만 점프 완성도가 높지 않아 전체적으로 점수가 약간 낮게 나왔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수들은 4분30초간 최대 8개의 점프와 3개의 스핀 등 13개 요소를 균형있게 구성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에서 우노 쇼마(일본·은메달)와 진보양(중국·4위), 네이선 천(미국·5위)은 프리스케이팅 내 모든 요소의 4회전 점프를 완벽히 수행해 순위를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또 점프 성공여부가 PCS(예술점수) 수행 및 점수에 많은 변수가 됐다. 점프 실수를 하더라도 잊어버리고 자신감 있게 다음 요소를 잘 성공하려는 긍정적인 마음이 매우 중요한데 역시 상위권 선수들은 프로그램 초반에 점프를 깨끗하고 완벽하게 수행하고 난 뒤 생기는 자신감으로 스텝시퀀스에서 음악 표현과 함께 퍼포먼스를 멋지게 수행해 PCS 점수를 더 올렸다.
금메달을 딴 하뉴의 안정된 점프, 완벽한 자세의 스핀, 신체 균형을 잘 조절하는 원동력은 역시 유연성과 근파워에 있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짧은 시간에 요구되는 근파워 및 순발력을 발휘하려면 유연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계속 움직이며 자세가 변하는 상황에서 근파워와 순발력을 발휘하려면 뛰어난 유연성으로 자세 균형을 컨트롤해야 한다. 많은 부상과 아픔을 견뎌내고 바로 눈 앞의 달콤함이 아니라 최종 목표를 향해 참고 또 참으며 묵묵히 훈련한 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동메달을 딴 페르난데스는 테크닉과 표현력이 뛰어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프리스케이팅 구성과 완성도는 오히려 하뉴보다 더 높게 나왔다. 기술적 요소의 난이도만 올리면 더 발전할 것 같다.
차준환이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15위를 차지한 한국의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3개의 점프를 깨끗하게 해낸 뒤 스텝과 스핀에서 파워풀한 동작을 보여줘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시니어 경기 진입에 있어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차준환은 아주 어릴 때부터 똑소리가 날 정도로 야무지게 점프나 스핀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음악에 맞춰 스텝을 펼치는 모습에서 예술적 표현 능력이 남다르고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 선수라고 생각을 했다. 지금은 주니어에서 시니어 과정으로 전환되는 폭풍성장기다. 대부분 남자 선수들은 멋진 의상, 훌륭한 음악, 뛰어난 스케이팅 기술 및 열광적인 관중 응원으로 빙판에서 혼자 피겨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황제의 마인드가 있다. 그러나 평소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발랄하고 재미있고 또한 나름대로 고민도 있다. 평창 올림픽에서 차준환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점프에서 실수를 해서 속상했지만 관중들의 격려 및 박수와 응원에서 가장 많은 위로와 감사함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남자 피겨 스케이터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느낌이다. 예술성이 뛰어난 미샤 지(우즈베키스탄)과 패트릭 챈(캐나다), 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의 감정 전달과 음악에 대한 표현력은 우리에게 많은 행복과 힐링을 준다. 차세대 선수들은 이를 반드시 숙지하고 분석해 자기만의 표현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계명대 교수·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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