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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인성의 눈]스켈레톤은 윤성빈에게 딱 맞는 블루오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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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성빈이 16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경기 4차 후 우승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평창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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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해설위원] 윤성빈의 금메달 확정 직후 스포츠서울이 보도한 ‘6년 풀스토리’에 나와있듯 윤성빈은 지난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2년간 준비한 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해 16위를 기록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 스켈레톤이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4년의 세월이 지났다. 마침내 윤성빈은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SBF) 월드컵에서 스켈레톤 역사상 전무했던 3연속 금메달 위업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기세를 이어가 꿈에 그리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품으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썰매 선수가 됐다.

윤성빈은 수영 종목이 어울릴 듯한 따뜻한 남쪽 지방, 경남 남해 출신이다. 초등,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이었다. 그가 스켈레톤을 시작한지 만 6년도 채 되지 않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변신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끔 우리나라 탁구와 양궁 종목에서 선수의 선전을 얘기할 때 동양의 젓가락 문화를 그 배경으로 꺼내는 이들이 있다. 또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에 선 헝그리 정신도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다. 하지만 윤성빈의 성공은 다르다. 썰매 종목 불모지에서 일궈낸 그의 성공 이유를 ‘우리 문화’로만 대변하기엔 무리가 있다. 설명할 뾰족한 방법이 묘연하다. 윤성빈은 보통 선수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스켈레톤 DNA를 타고난 천재라고 여긴다. 물론 뼈를 깎는 자신의 노력, 그리고 이용 총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의 희생과 과학적인 지원이 단기간 올림픽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보이지 않는 원동력을 찾는다면 두 가지를 본다.

첫째, 스켈레톤 종목은 윤성빈에게 딱 맞는 블루오션이었다. 스켈레톤은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짧은 스타트 구간과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드라이빙 구간으로 나뉘어 진다. 윤성빈은 꿀벅지라고 불릴 정도로 단단한 하체를 필두로 타고난 힘과 순발력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에 몰입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성격 자체가 낙천적이다. 짧은 순간에 승부가 결정되는 종목이어서 심리적인 안정을 두고 경기에 임하는 게 중요한데 윤성빈은 스스로 제어할 줄 아는 선수다. 이런 기본적인 DNA에 가속을 위해 몸무게와 근육을 늘리는 처절한 노력이 가미됐다. 전반적으로 윤성빈의 몸과 정신이 스켈레톤 종목과 찰떡궁합이지 않나 싶다.

둘째, 올림픽 유치 후 건설된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도 윤성빈의 금메달에 이바지했다. 썰매에서 ‘홈 트랙’은 어마어마한 이점을 안겨다준다. 윤성빈이 대회 전 “홈이잖아요.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기에…”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메달을 딴 직후에도 “홈 트랙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줘서 기쁘다”는 말도 했다. 윤성빈은 올림픽 직전 북미,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사실상 홈 트랙과 다름이 없는 경쟁자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 자신감은 곧 홈 트랙에서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홈 트랙에서 엄청난 땀을 흘리면서 수없이 질주한 그는 결국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라인으로 완벽하게 공략했다.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는 윤성빈의 천재적인 경기 능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성빈은 이제 막 뜨기 시작한 태양이다. 10년 전 마르틴 두쿠르스의 전성기가 시작할 때를 보는 것 같다. 윤성빈이 자신의 잠재력을 더욱 갈고 닦으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수년간 그의 상대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또 평창올림픽 유치 후 썰매종목에 대한 시설확충, 과학적인 선수지원과 관리, 더 나아가 국민의 관심이 어우러지면 제2, 제3의 윤성빈 탄생도 기대해 볼 만하다.
<서울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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