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국민 꿀벅지' 스켈레톤金 윤성빈
103㎝ 제자리점프, 100m 11초02… 농구 현주엽보다 높이 뛰고 축구 박지성보다 빨리 달려
하루 8끼 폭식·240㎏ 스쿼트… 노력으로 '근육질 허벅지' 완성
아버지 배구, 어머니 탁구선수… 윤성빈 "내 허벅지는 핏줄 덕분"
압도적인 실력으로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썰매 종목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24)은 지난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 허벅지 굵기를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65㎝면 25.6인치에 해당한다. 성인 여성의 허리둘레 수준이다. 세계적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마드리드)보다도 3㎝ 더 굵다. 근육으로 똘똘 뭉친 그의 허벅지는 어느새 '국민 꿀벅지'로 불린다.
윤성빈의 가장 큰 경쟁력은 탁월한 스타트 기록이다. 스켈레톤 종목은 출발할 때 썰매를 바닥에 붙여둔 채로 40m 안팎을 달린 뒤 그 위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출발한다. 윤성빈은 올림픽 네 차례의 정식 주행에서 한 번도 스타트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차 주행에서 기록한 4초59는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의 스타트 부문 트랙 레코드(최고 기록)로 남았다. 그 폭발적인 스프린트가 바로 허벅지에서 나온다.
윤성빈은 "선수단 모두 같은 일정으로 훈련하는데 저만 유독 (허벅지가) 이렇게 된 것은 '핏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성빈의 어머니 조영희(45)씨는 탁구 선수 출신이며, 아버지는 배구 선수 출신으로 알려졌다. 운동선수 DNA를 물려받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하체가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교복 바지를 바짝 줄여서 입는 게 유행했는데, 허벅지 때문에 못 줄였다. 딱 한 번 줄여봤는데 다음 날 바로 바지가 터졌다"고 했다. "남들이 교복 상의를 새로 사 입을 때, 저는 바지만 줄창 사야 했다"고 덧붙였다.
윤성빈은 2012년 대표팀에 합류한 뒤 하루 8끼니씩 폭식(暴食)해 몸을 불리고, 이후 꾸준한 훈련으로 근육을 만들었다. 초기엔 스쿼트(바벨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 130㎏ 정도를 들었는데, 최근엔 240㎏까지 든다고 한다. 전문 보디빌더 수준이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윤성빈이 자꾸 더 무겁게 들려고 해서 코치들이 부상 당할까 봐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였다"고 했다. 영화 'X맨'에서 울버린 역할을 맡는 근육질 배우 휴 잭맨이 145㎏를 든다. 그보다 100㎏ 가까이 더 들어 올리는 것이다.
근육을 불린 윤성빈은 더 빠른 기록을 위해 최근엔 '좌우 균형'을 맞추는 데 힘썼다. 민석기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선임 연구원은 "윤성빈의 허벅지 근육을 측정해보니 근력은 탁월하지만 좌우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근육 비율을 높이면서 한쪽으로 치우친 걸 바로잡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당초 왼쪽 허벅지가 더 발달했다고 한다. 오른쪽 허벅지 근육을 키운 덕에 땅을 박차는 힘이 일정해졌고, 순간 스피드도 더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달리기는 0.3초 이상 빨라졌다. 2016년 측정 당시 50m 기록이 6초12였는데, 지난해 측정했을 땐 5초73으로 줄었다. 발달된 하체 근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탄력으로 이어졌다. 윤성빈은 제자리높이뛰기 기록이 103㎝에 달한다. 농구 선수 시절의 이상민(70㎝) 삼성 감독, 현주엽(78㎝) LG 감독을 훌쩍 뛰어넘는다. '178㎝ 신장으로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농구 골대 림(305㎝)을 잡는다'는 모교 체육 교사의 말 그대로다.
'완성된 신체'에다 380차례에 걸친 반복 주행. 그 결과 윤성빈은 올림픽 네 번 주행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고,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의 트랙 레코드도 3번(50초28→50초07→50초02)이나 스스로 갈아치웠다. 그는 "마지막 트랙 레코드는 아마 이 경기장이 없어질 때까지 깨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 꿀벅지'다운 자신감이었다.
[평창=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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