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컬링 한국여자대표팀 돌풍
패배를 인정한 중국 선수와 악수한 뒤 김은정은 멋진 승리를 합작한 동료들과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1년 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김은정은 굵은 눈물을 흘렸다. 결승에서 한국(세계 8위)이 중국(세계 10위)에 5-12로 패하면서 은메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당시 김은정은 “내가 샷을 잘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에서 ‘승부사’ 김은정을 앞세운 여자 대표팀은 완벽한 설욕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1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5차전에서 중국을 12-5로 제압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은 “지난해 아시아경기 상황은 잊고 오늘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정은 86%의 높은 샷 성공률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자신의 전체 샷 성공률(77%)보다 높은 수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김민정 감독을 비롯해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왼쪽부터)로 모두 김씨다. 컬링 대표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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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승 1패인 대표팀은 일본과 공동 2위가 되면서 10개 팀 중 상위 4팀이 나서는 플레이오프 진출 전망을 밝혔다. 2014 소치 올림픽 때 올린 성적(3승 6패)을 이미 넘었다.
감독과 선수 5명의 성이 모두 ‘김’이어서 ‘팀 킴’으로 불리는 여자 대표팀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세계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북체육회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은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선수 모두 자매 관계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컬링은 형제, 자매 등 가족이 팀을 꾸려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중 가족은 김영미와 경애 자매뿐이다.
2006년 경북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이 들어섰다. 경북컬링훈련원은 대표팀의 ‘산파’ 역할을 한 곳이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경북 컬링은 1990년대부터 대구빙상장에서 10년간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연습시간 배정의 어려움을 피하고 컬링에 최적화된 빙질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전용 경기장 건립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기 위해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컬링이 생소한 종목이다 보니 (건립이) 쉽지가 않았다. 전용 경기장 건립의 필요성을 담은 자료를 만드는 등 여러 노력 끝에 경북도와 의성군, 경북도컬링협회의 도움으로 고향인 의성에 훈련원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성에 컬링장이 생기자 친구였던 김은정과 김영미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김영미의 동생인 김경애는 언니를 따라 컬링장에 왔다가 얼떨결에 컬링을 시작했다. 이후 김경애의 친구인 김선영과 경기도 출신 김초희가 합류하면서 ‘팀 킴’이 완성됐다. 김경애는 “경북컬링훈련원에서의 훈련은 힘들었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다. 훈련장에 들어갈 때마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선수 가운데 4명이 의성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대표팀은 외국인이 자신들을 구별하기 좋도록 2013년에 독특한 애칭도 지었다. 아침식사를 하다가 각자 음식 이름을 따서 애칭을 만들었기 때문에 김경애는 ‘스테이크’, 김은정은 요구르트 상표인 ‘애니’ 등으로 부른다.
대표팀의 또 다른 이름은 ‘의성 마늘 소녀들’이다. 이들이 오랜 기간 훈련을 해온 의성의 특산물이 마늘인 데다 작지만 단단하고 다부진 느낌의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여자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을 통해 의성 마늘보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한편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선수 가운데 1명이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라디오 방송 ‘스포르트-FM’은 이날 “컬링 믹스더블 선수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멜도니움 성분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크루셸니츠키는 믹스더블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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