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때 공항 열기에 깜짝 놀라…SNS 팔로워 100만명도 가 봐야죠"
정현 인터뷰 |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다른 선수들 영상은 찾아보는데…제 영상은 '오그라들어서' 못 보겠더라고요."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이지만 코트를 벗어난 정현(한국체대)은 자신이 나오는 영상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청년이었다.
정현은 2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의류 후원사 라코스테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주오픈 뒷얘기와 일상 등을 전했다.
호주오픈에서 기량만큼이나 유려한 인터뷰 등으로 '스타성'을 뽐낸 정현은 취재진이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대결 영상이 호주오픈 유튜브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고 귀띔하자 "제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고 오그라들기도 해서 제 경기 영상은 잘 못 보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선수들 영상은 찾아보지만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제 영상은 못 보겠더라. 휴대전화에도 제 사진을 깔아두거나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당차게 경기하는 모습과 위트있는 말솜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 덕택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지지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포즈 취하는 정현 |
호주오픈의 숨겨둔 목표였던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 명'을 순식간에 이룬 정현은 "팀 내에서도 몇 배로 뛴 것에 놀라고 있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며 같이 기뻐해 주신다"면서 "더 잘하면 100만 명까지 가봐야죠"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아직 한국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지는 못해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대회를 마치고 공항에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이 오셔서 '내가 정말 잘하고 왔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재치있는 인터뷰 비결에 대해선 "유사한 질문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어릴 때부터 편한 사람들과 있을 땐 말을 잘하는 편이었고, 대표팀에서 생활할 때도 분위기를 이끌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호주오픈 기간 또 다른 화제를 낳은 건 그의 '카메라 렌즈 사인'이었다. 특히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제압한 뒤 '캡틴 보고 있나'라고 적은 게 은사인 김일순 전 감독을 위한 것이었음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현은 김 전 감독과 전날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면서 "원래는 어차피 팀이니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언제 또 볼지 모르니 사진을 찍자고 하시더라"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정현, '항상 감사합니다' |
"테니스를 하지 않았다면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고 술 한잔 하는 평범한 학생이지 않았을까"라고 떠올린 그는 "패션은 잘 모르지만, 평소엔 '보일 듯 보이지 않게' 색깔을 맞춰 입는 게 제 스타일"이라며 나름의 '패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대회 출전으로 받는 상금은 "들어오면 건드리지 않고 잘 모으고 있다"면서 "엄마가 관리하시고 전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2006년 국내에서 열린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의 경기에서 '볼 키즈'(Ball Kids)로 참여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꿈을 키운 그는 이제 이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현 키즈'의 본보기가 돼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정현은 "당시엔 그런 선수들과 코트에서 경기할 날이 있을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 시합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면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에게는 "주변의 조언을 듣다 보면 어느 것이 맞는지 흔들릴 수 있는데, 자기만의 뚜렷한 생각을 만들어 스스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건넸다.
한편 그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시간 나면 스포츠인으로서 응원도 가고 싶다"면서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부상 없이 잘 마치셨으면 좋겠다"며 응원도 잊지 않았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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