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좋았더라도 페더러와 경기 승리 장담하기 힘들어"
수많은 환영객에 "큰일 하고 돌아온 것 같다"
기자회견 하는 정현 |
(영종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의 쾌거를 거둔 정현(58위·한국체대)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하면서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오실 줄 몰랐다"며 눈을 크게 떴다.
그는 "큰일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라며 활짝 웃었다.
호주발 대한항공 KE122편으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수많은 팬과 취재진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정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한국 테니스를 포함해 많은 분이 나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바닥 부상과 관련한 몸 상태에 관해선 "내일 당장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몸 상태를 확인 후 추후 일정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에 관해 "세계랭킹 톱 10에 욕심이 난다"며 "높은 곳을 보고 가겠다.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은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연파하며 4강까지 진출했다.
26일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대망의 준결승을 치렀는데, 2세트 도중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했다.
비록 결승 무대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국내에 '정현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편 정현은 이달 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ASB클래식부터 호흡을 맞춘 고드윈 코치와 정식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날 정현에겐 쉴 새 없는 질문이 쏟아졌는데, 정현은 특유의 언변을 자랑하며 똑 부러지게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질문과 답변이 전국으로 생중계된다는 고지에 살짝 웃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인천공항엔 수백 명의 팬과 취재진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다음은 정현과 일문일답.
테니스 꿈나무와 하이파이브 |
-- 좋은 결과를 안고 귀국한 소감은.
▲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는 살짝 기분만 좋았는데, 지금 이렇게 많은 분이 마중 나와계신 것을 보니 큰일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
--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나.
▲ 조금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웃음)
-- 전국구 스타가 됐다.
▲ 지금 공항 상황을 보니 조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몸 상태는 어떤가.
▲ 발 상태는 조금 통증이 있다. 다음 주부터 병원에 다니려고 한다. 상태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
--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
▲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나를 포함한 선수들이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 페더러와 경기를 치렀다. 어떤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페더러 선수는 정말 부드럽더라. 체력적으로 덜 지치는 것 같더라.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 하나만 꼽을 수 없다. 한국 선수 최초로 8강 진출할 때, 조코비치와 2년 만에 만나 이긴 순간, 첫 4강 등등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 현재 목표는.
▲ 이렇게 좋은 결과가 또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 날을 최대한 앞당기고 싶다. 시상대에 서고 싶다.
손 들어보이는 '호주오픈 4강신화' 정현 |
-- 고드윈 코치와 정식 계약한 이유는.
▲ 외국인 코치와 팀을 이루기 전에 걱정했던 것이 있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고드윈 코치는 그런 선입견을 깨줬다. 안팎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 팬들께 하고 싶은 말은.
▲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더 열심히 하겠다.
-- ATP투어에 참가하나.
▲ 내일 바로 병원에 가서 상태를 보고 결정하겠다.
-- 국내 대회 일정은.
▲ 병원에서 온몸을 체크한 뒤 일정을 생각하겠다.
-- 세계랭킹에 관한 목표는.
▲ 최고 기록을 이렇게 빨리 깨리라 생각 못 했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
-- 톱 10진입 욕심없나.
▲ 욕심난다. 많은 분이 높게 평가해주신 만큼 그 평가를 증명해내고 싶다.
-- 중계카메라에 쓴 글귀(캡틴 보고 있나)가 화제가 됐는데.
▲ 모든 분이 아실 것이다. 감독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또한 국민께 희망을 주고 싶었다.
-- 만약에 몸 상태가 괜찮았다면 페더러와 경기가 어떻게 됐을 것이라 생각하나.
▲ 컨디션이 좋았더라도 그런 위대한 선수를 이긴다고 보장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좋은 경기를 펼치지 않았을까 싶다.
--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인데.
▲ 지금까지는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앞으로는 나를 포함한 모든 테니스 선수들이 인기종목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 SNS 소통이 화제다.
▲ 진지하게만 쓰면 안 좋을 것 같아 웃음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가볍게 적었다.
-- 박지성, 박찬호 같이 국민께 큰 기쁨을 줬다.
▲ 위대한 선수들과 비교해주셨다. 롤모델로 삼고 쫓아가야 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많은 관심과 응원을 느끼며 경기했다. 한국 테니스 위해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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