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베이스볼 라운지]새 사장님들, 새 야구판을 부탁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삼성 라이온즈의 임대기 신임 대표 취임식이 열렸다. 프로야구 삼성으로서는 작지 않은 변화였다. 모그룹 삼성의 고위 임원이 구단주를 맡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신임 대표가 구단주를 겸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임 신임 구단주 겸 대표이사는 이날 취임식에서 “사자가 자세를 바꾸면 밀림이 긴장한다”면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 구단주는 “사자가 더 높이 뛰기 위해 다리를 더 많이 움츠린다고 한다. 지난 2년은 이 기간에 해당한다. 2018년 이제 삼성 라이온즈가 큰 도약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구단주는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제일기획 광고팀장, 국내 광고부문장 등을 거쳤다. 취임사에서 “나는 평생 홍보광고 업무를 해왔다”고도 했다.

NC 다이노스도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창단 초기인 2011년부터 약 7년간 대표를 맡았던 이태일 대표가 물러나고 NC소프트의 최고커뮤니케이션·윤리경영책임 전무였던 황순현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 황 신임 대표는 11일 가진 취임식에서 “가슴 두근거리는 야구를 향해 거침없이 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KIA 타이거즈가 허영택 단장을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 창단 이후 줄곧 모기업인 기아자동차 고위 임원이 KIA 타이거즈 대표를 겸임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인사다. 허 신임 대표는 야구단을 전담하게 된다.

KBO리그가 새 최고경영자(CEO)의 시대를 맞고 있다. 10개 구단 CEO 중 가장 오랜 인물은 한화 김신연 대표다. 김 대표는 2015년 3월 취임했다. 그 뒤로 오랜 구단 대표는 SK 류준열 대표다. 류 대표는 2016년 1월5일 취임식을 가졌다. 구단 대표로서 3번째 시즌을 맞는다. 나머지 구단 CEO는 모두 3년차 이내의 새 인물이다. 그나마 KIA 단장을 오래 한 허영택 대표가 야구단 근무 경력이 제일 길다고 할 수 있다.

KBO리그는 창단 이후 줄곧 모기업에 의존한 경영을 해 왔다. 모기업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구단 CEO들은 2~3년 임기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장기적 비전보다 단기적 투자에 집중했다. 구단 대표가 바뀌면 팀의 방향도 바뀌기 일쑤였다. 전임 사장이 계약한 감독은 다음 사장과의 관계가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잡음이 발생하면 팀이 삐걱거렸다.

메이저리그는 10여년 전 GM(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이라고 불리는 단장 체제에서 최근에는 야구부문 사장(Chief of Baseball Officer)이라는 이름으로 직급이 바뀌고 있다. 구단 운영의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책임 영역이 커지는 데 따른 변화다. 움직이는 돈의 규모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

KBO리그 역시 전환기를 앞두고 있다. 정운찬 새 총재가 취임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암시했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변화를 해야 할 때라는 선언이었다.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CEO의 역할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새 CEO들의 시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 1~2년차, 평생을 다른 일을 해왔고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 태반이다. 자기 구단을 파악하는 데만 1년이 걸린다. 리그 전체의 새 판을 짜는 데 적극적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로스포츠 리그는 다른 시장과 달리 리그 발전을 위한 ‘담합’이 가능한 분야다. ‘내 팀만’이 아니라 ‘리그 발전이 팀의 발전’이라는 걸 많은 리그가 증명했다. 새 CEO들이 새 야구판을 만드는 주인공이 될 기회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