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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바람 많이 맞아야 하늘 지배한다…‘V자’ 날개를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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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85년 V자 비행 시도 전까지 11자에 두발 뻗은 자세로 날아

V자일수록 바람맞는 면적 크고 양팔 붙이면 무게 중심 뒤에가

공기가 중량 받치는 ‘양력’ 극대화로 체공시간 길고 멀리 날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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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을 시원하게 날아가는 스키점프는 보는 이마저 짜릿하다. 스키를 이용해 시속 85~100㎞의 속도로 도약해 100m 이상의 거리를 비행한다. 그런데 스키점프 선수들은 왜 모두 스키를 브이(V)자로 벌리고 두 팔을 몸통에 붙이고 있을까.

새나 비행기처럼 양력(공기가 중량을 받치는 힘)을 많이 받아 체공시간이 길어질수록 비행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브이 자세가 스키점프에 처음 도입된 것은 언제일까. 1924년 샤모니겨울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무려 61년이 지난 뒤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스키를 11자로 하고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자세로 비행했다. 그러나 1985년 스웨덴의 얀 보클뢰브가 첫선을 보인 뒤 그가 198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브이 자세는 대세가 됐다. 이후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부터 모든 스키점프 선수들의 표준 동작이 됐다. 좀더 양력을 얻기 위해 앞으로 뻗었던 두 팔도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단점이 있어, 현재의 브이 자세처럼 몸의 무게중심을 최대한 뒤에 두고 양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자세로 진화했다. 선수들은 바람이 부는 방향과 세기에 따라 스키의 각도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박종철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스키점프는 양력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자세로 체공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뒷바람보다는 약한 앞바람일 때 더 많은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키를 매개로 양력을 많이 받을수록 유리하자 극단적으로 긴 스키를 이용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 당시 일본의 후나키 가즈요시가 필요 이상으로 긴 스키로 라지힐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달성하자 유럽을 중심으로 스키 길이를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스키점프는 선수의 키와 몸무게에 따라 스키 길이가 한정돼 있다. 자신의 키의 146% 이상 긴 스키는 사용할 수 없다.

스키점프는 복장 규정도 엄격하다. 스키복은 모든 부분이 같은 재질로 제작되고, 내외부의 공기 투사율이 동일해야 한다. 또 신체의 모든 사이즈를 측정해 각 둘레보다 6㎝ 이상 초과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행 동작에서 공기가 들어가 양력이 높아지는 것을 제한한 것이다.

스키와 비행 자세가 통일되면서 스키점프는 현재 이륙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기량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노멀힐의 경우 통상 출발선에서 77~78m 거리에 있는 최적의 지점에서 도약할 수 있어야만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이륙 타이밍이 늦어지면 위로 뛰어오르는 힘이 약해진다. 빠르면 시속 100㎞로 활강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계산해도 0.1초 사이에 도약지점이 2m 이상 차이가 나고 비행 결과는 10m 이상으로 벌어진다.

스키점프는 짜릿하지만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박종철 선임연구원은 “경기장 경사도가 선수들의 비행곡선과 거의 평행하게 설계되기 때문에 착지할 때 충격은 그리 크지 않다”고 밝혔다. 자세가 무너져 다른 부위로 떨어지지 않는 한 위험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스키점프는 평창올림픽에서 노멀힐(K-98) 남자개인과 여자개인, 라지힐(K-125) 남자개인과 남자팀(남자단체) 등 네 종목에서 메달 경쟁이 벌어진다. 이전까지 남성들만 출전했으나 2014년 소치올림픽부터 여성에게 문을 열었다.

점프대 규격을 분류할 때 라지힐 K-125는 비행 기준거리가 125m라는 의미다. 125m를 기준으로 기본점수 60점이 주어진 뒤 1m가 늘어날 때마다 1.8점이 추가되고, 1m가 모자랄수록 1.8점씩 감점된다. k-98인 노멀힐은 98m를 기준으로 1m당 2점이 추가되거나 깎인다. 자세도 중요한 채점 항목이다. 심판 5명이 도약과 비행, 착지에 대해 20점 만점으로 채점해 가장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를 뺀 3명의 점수를 합산해 60점을 만점으로 평가한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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