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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SE★기획: 아이돌의 명암①] ‘황금알 낳는 거위?’···화려함 뒤 감춰진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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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신인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익명의 관계자 A씨는 “정기적인 오디션을 통해서 연습생을 선발하고 있다. 그때마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데 연령대 역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라며 “연습생들은 보컬, 댄스, 랩 등의 기본기 수업을 중점적으로 받으며 기량을 쌓으며, 이후 정기적인 자체 평가를 통해 데뷔 가능성을 점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습생이라 해도 데뷔에 대한 기약은 없다.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관두는 연습생도 많다”며 “가수라는 꿈 하나만을 위해 어린 친구들이 그 나이대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한다. 가끔 연습을 해도 전혀 실력이 늘지 않는 친구를 볼 때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대부분의 아이돌은 가치관이나 사회성이 채 완성되기 이전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6~7년가량의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외부와 철저히 통제된 생활부터 혹독한 트레이닝, 심지어 일정 몸무게 이상을 넘어가면 회사에서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데뷔를 해도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아이돌은 가수라는 타이틀만 얻었을 뿐 연습생과 다르지 않는 생활을 이어나간다. 연습생과 신인 시절 발생한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한 이후부터 가수들에게 수익이 발생하는 현 시스템에선, 오랜 활동에도 수익을 얻지 못하는 아이돌이 많은 게 사실. 실제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그룹은 데뷔 4년 동안 수익 0원에 죽 두 그릇을 멤버 다섯이 나눠 먹는 장면이 등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기만 얻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대답은 NO. 그들 역시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사생활을 침해 받는다. 쏟아지는 악플과 비난도 아무렇지 않게 견뎌야 한다. Mnet ‘프로듀스 101’ 출신들이 데뷔 초부터 악플러들에게 칼을 빼들어야 했던 상황도 가요계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여기에 살인적인 스케줄과 성적에 대한 부담도 아이돌을 괴롭힌다. 과정보다는 철저하게 결과로만 평가받는 상황 속에서 이는 고스란히 심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차츰 곪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심하면 거식증, 공황장애, 우울증 등 구체적인 증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 외에도 짧은 수명, 전속 계약 등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아이돌 그룹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아이돌 시장은 분명 놀라울 정도로 질적, 양적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아이돌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독자의 문화로 인정받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국내의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해외 시장도 생겨났다. 하지만 화려함 속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은 여전히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처럼 남는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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