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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MK포커스] 신태용호의 특명, 손흥민을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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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4년 6월 27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펑펑 울었다. 개인 첫 월드컵이 끝난 날, 아쉬움과 실망감에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자책감도 컸다. 막내로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승리라는 선물은 물론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손흥민은 반성했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준비해 (4년 뒤 월드컵에서는)더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손흥민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업그레이드 됐다. 2015년 여름, 토트넘 홋스퍼 이적으로 최고의 무대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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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손흥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신태용호의 필수 과제다. 사진=옥영화 기자


지난 11월 29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수상한 손흥민은 뜨거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EPL 파워랭킹에서 6위까지 점프했다.

어느덧 손흥민은 ‘골잡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16-17시즌 공식 21골로 ‘전설’ 차범근을 넘어 아시아 축구선수의 유럽 리그 단일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 14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오른팔을 다치면서 2017-18시즌 초반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첫 골도 다소 늦었다. 그러나 어느새 8골을 몰아쳤다. 12월 공식 4경기 연속 득점이다.

손흥민의 골 감각은 절정이다. 오른발, 왼발, 머리 등 득점 방법도 다양하다. 오는 17일 맨체스터 시티전까지 골을 넣는다면, 토트넘 이적 후 공식 최다 연속 경기 득점 신기록이다.

올 시즌 일정의 절반도 소화하지 않았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2시즌 연속 20골은 물론, 지난 시즌 득점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

손흥민의 활약은 한국 축구대표팀에게도 낭보다. 손흥민은 대표팀이 보유한 최고의 무기이자 희망이다. 11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드러났듯,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대표팀은 현재 E-1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있으나 한·중·일 프로축구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수비 조직력을 다지면서 경쟁을 붙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해외파로구만 구성했던 10월 A매치 2연전처럼 ‘반쪽짜리’ 대표팀이다. 신태용 감독도 2018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해 ‘플랜B’를 시험하고 있다.

신 감독의 러시아월드컵 로드맵도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비롯해 멕시코, 스웨덴이 본선 조별리그 상대로 결정된 가운데 베이스캠프도 고심 끝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택했다. 또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동(1월), 유럽(3월)에서 담금질을 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는 ‘건강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는 제1옵션이다. 자존심이 구겨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얻은 교훈이다. 부상과 난조는 팀 전력을 깎아내리는 요소다. 주축선수라면 타격은 더욱 크다. 손흥민이 펄펄 날수록 보호의 필요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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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도 봐야 할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사진=김영구 기자


기우일지 모르나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마다 주요 선수의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한국축구다. 가까운 브라질월드컵만 해도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발목 부상 회복이 더딘 김진수를 대신해 박주호로 교체했다.

특히, 주전 공격수를 잃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는 1998 프랑스월드컵의 황선홍과 2006 독일월드컵의 이동국.

황선홍은 프랑스월드컵 본선 직전 가진 중국과의 최종 평가전에서 골키퍼와 충돌 후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픈 무릎 탓에 1경기도 뛰지 못했다.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이동국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의 골 행진은 멈춤이 없었다. 하지만 독일월드컵 본선 개막을 두 달 남겨두고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전 도중 무릎을 크게 다치며 낙마했다.

당시 황선홍과 이동국은 대표팀의 핵심이었다. 대표팀은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지 못하며 조별리그 탈락했다. 대표팀 내 위상은 현재 손흥민과 맞먹는다. 오히려 지금은 대안이 더 적은 편이다. 공격수 옵션이 기근에 시달릴 정도는 아니나 ‘차이’가 워낙 크다. 대체 불가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6월 오른팔 골절 수술로 2달가량 쉰 게 가장 길었다. 회복 후 곧바로 신태용호 1기에 승선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기여했다.

손흥민은 그 동안 건강했다. 2011-12시즌 이후 매 시즌 클럽 기준 공식 30경기 이상을 뛰었다. 올 시즌에도 벌써 23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년 6월까지 건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손흥민이 활약할수록 혹시 모를 우려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손흥민 아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야 한다. 손흥민 보호는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호의 필수 과제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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