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미출전 5인·구자욱 부진탈출…결승전 '키워드 셋'

박세웅 선발 유력, 구자욱 8타수 무안타 부진 벗어나야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선동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인터뷰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2017.1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도쿄=뉴스1) 정명의 기자 = 결승행 티켓은 따냈다. 이제 선동열호의 목표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초대 챔피언이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2017 대만과 예선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16일 일본전 7-8(연장 승부치기) 패배의 충격을 씻어낸 한국은 1승1패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결승전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8일 열리는 일본과 대만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일본이 승리하면 한국과 일본의 재대결이 열리고, 대만이 승리할 경우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대만의 승리 시 상황은 조금 복잡해진다. 대만이 2점 차로 승리할 경우 대만이 결승 진출, 대만이 1점 차로 승리할 경우 팀 퀄리티 밸런스(TQB)를 따져 결승행 주인공이 가려진다.

그러나 사실상 결승전은 한국과 일본의 재대결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대만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는 일본의 안방 도쿄돔에서 열린다. 대만이 한국전에 선발 천관위를 필두로 좋은 투수들을 쏟아부었다는 것도 일본이 유리한 이유다.

결승전 유력 선발 후보 박세웅. /뉴스1 DB© News1 황기선 기자

결승전을 준비하는 한국의 첫 번째 고민은 선발투수다. 일단 박세웅(롯데)의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선동열 감독은 당초 대만전에서 선발 임기영(KIA)이 흔들릴 경우 박세웅까지 투입하려 했다. 그러나 임기영이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여 박세웅 카드를 아낄 수 있었다.

대만전 승리 후 선 감독은 "임기영 덕분에 박세웅을 아꼈다. 하지만 결승전 선발을 지금 공개할 수는 없다"며 웃는 얼굴로 "김대현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현(LG)도 대표팀의 선발 후보로 꼽히던 선수. 그러나 아직까지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만약 박세웅이 결승전 선발로 나선다면 김대현은 그 뒤를 받치는 두 번째 투수로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박세웅과 김대현을 비롯해 대표팀에는 아직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가 5명 있다. 야수 13명 중에는 포수 장승현(두산)이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투수 12명 중에선 박세웅과 김대현, 김명신(두산), 심재민(kt)이 도쿄돔 등판을 기다리고 있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엔트리에 든 선수들은 한 번씩 출전하게 될 것이라 보면 된다"며 모든 선수들에게 도쿄돔 출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이번 대회의 취지에 부합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만약 한일전 재대결이 성사돼 긴박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끝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승리와 우승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만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

구자욱(삼성)의 부진도 고민거리다. 구자욱은 일본전 5타수 무안타, 대만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경기에서 볼넷 1개를 얻어냈을 뿐 삼진만 3개를 당했다. 특히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구자욱은 이번 대회에서 주장을 맡으며 등번호를 36번으로 골랐다. 36번은 소속팀 대선배이자 한국 야구의 영웅인 이승엽의 등번호다. 삼성에선 36번이 영구결번이다.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대표팀 이정후와 구자욱이 대화를 나누며 퇴장하고 있다. 2017.1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승엽의 기운을 받기 위해 선택한 번호가 아직까지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장이라는 책임감까지 더해져 구자욱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승엽처럼 구자욱도 중요한 상황에서 한방을 쳐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내내 부진하던 이승엽은 한일전에서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선 감독 입장에서는 팀의 중심타자인 구자욱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구자욱 스스로 부담감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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