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OCN 사이비 스릴러 ‘구해줘’가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4일 방송된 ‘구해줘’ 마지막회에서는 영부 백정기(조성하)가 불에 타죽으며 강렬한 엔딩을 맞았다. 또 상미(서예지)를 비롯해 상완(옥택연), 동철(유도환), 정훈(이다윗) 모두 해피엔딩을 맞으며 구선원의 악몽을 끝내는 장면으로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강은실(박지영)과 상미 아빠 임주호(정해균)는 여전히 새하늘님을 외치며 구선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이비 종교의 허와 실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앞서 김성수 감독은 ‘구해줘’의 답답한 전개를 끝내고 사이다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고 스포했지만, 시청자들이 느끼기엔 김빠진 사이다에 가까웠다. 마치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듯 급조된 마무리에 지금까지 보여준 완성도에 스크래치를 남긴 것.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높은 몰입도를 선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이 컸다. 웰메이드 스릴러로 완성되기까지, ‘구해줘’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배우들의 열연을 되짚어봤다.
▲조성하의 백정기… 올해 가장 강렬한 캐릭터의 탄생
조성하가 연기한 영부 백정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비주얼, 온화한 미소 속에 감춰진 추악한 속내가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이를 위해 조성하는 수차례 탈색을 감행했고, 직접 사이비 종교 사례들을 수집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만약 조성하가 없었다면 ‘구해줘’는 밋밋한 드라마가 됐을 수도 있을 터. 또 마지막 순간까지 절제된 감정 열연을 보여준 조성하의 노련함이 없었다면 속 빈 강정과도 같은 드라마가 됐을지도 모른다. 늘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각기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 조성하는 ‘구해줘’의 백정기에게도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올해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서예지와 우도환… 주연의 가능성을 보다
드라마 ‘구해줘’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고의 발견을 꼽는다면 단연 서예지와 우도환이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주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매력적인 비주얼까지 겸비한 이들은 20대 배우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먼저 서예지는 ‘구해줘’의 강력한 악의 축인 백정기와 대등한 입장에서 어려운 연기를 펼쳤다. 마치 새하늘님의 게시를 받은 것처럼 놀라운 연기력으로 조성하와 함께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또 감정 기복이 심한 상미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해 끊임없이 긴장감을 부여했다. 그가 보여준 방언 연기는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힐 정도다. 우도환은 주연 그 이상의 비중으로 극의 또다른 축을 맡았다. 차진 사투리, 시크한 눈빛, 피지컬까지 ‘구해줘’의 동철 역으로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특히 감정 열연부터 액션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 우도환은 ‘구해줘’가 낳은 최고의 스타로 손꼽히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하고 있다.
▲윤유선·정해균, 명품 연기란 이런 것
젊은 배우들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그 뒤에서 묵묵히 극의 디테일을 더한 중견 배우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상미엄마 역의 윤유선, 상미아빠 역의 정해균이 그 주인공이다. 윤유선은 아들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 구선원에 들어온 이후 정상이길 포기한 삶 그리고 마지막 딸을 향한 모성애까지 다양한 모습의 엄마를 그려냈다.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그의 연기는 출연하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상미아빠 역의 정해균은 놀라우면서도 섬뜩한 연기로 ‘구해줘’ 최고의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정해균은 구선원에 빠진 뒤 헤어나오지 못하고 가족을 통채로 위기에 빠트리는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오죽하면 마지막 장면을 그가 장식했을 정도로, 구선원과 영부 백정기에게 현혹된 사이비 종교인의 현실을 소름돋게 보여줬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지만, ‘구해줘’의 완성도를 높인 명품연기로 ‘정해균’이란 이름 석자를 알릴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강은실 역의 박지영, 조완태 역의 조재윤, 우춘길 역의 김광규 등 좋은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구해줘’가 웰메이드 스릴러로 완성될 수 있었다. 다소 김빠진 사이다 전개가 아쉽기는 하지만, 추후 속편이나 영화로 제작해도 손색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장르물로 기억될 것 같다.
giback@sportsworldi.com
사진=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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