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無’ FA 제도 개선, 올해도 물 건너갔다

[OSEN=김태우 기자] 매년 겨울마다 논란이 됐던 프리에이전트(FA) 제도는 변경 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약 두 달이 남았지만 이렇다 할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KBO 리그의 FA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특급 스타들은 매년 시장 최고액을 경신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 겨울에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대호(롯데)가 4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그 외 최형우(KIA)는 4년 총액 100억 원으로 해외파 제외 최고액을, 차우찬(LG)은 4년 총액 95억 원으로 투수 최고액을 각각 경신했다.

발표된 금액만 이렇지, 여러 가지 편법이 있어 총액 규모는 더 높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화려한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도 뚜렷한 것이 FA 시장이다. 오랜 기간 노력해 FA 자격을 얻었지만, 시장의 싸늘한 반응을 확인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는 선수도 적지 않다. ‘미아’가 될 것을 우려해 아예 FA 자격을 신청하지 않는 선수들도 간혹 있다. 주된 요인은 꽤 엄격한 보상 규정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FA 보상규정은 직전연도 연봉의 200%+20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다. 사실 연봉이야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는 보상선수다. 즉시전력감 혹은 유망주가 풀려 나오기 때문에 영입 구단으로서는 부담이 크다. 대어가 아니라면 영입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선수별로 등급을 둬 하위 등급의 선수는 보상규정을 완화하는 일본식 ‘등급제 FA 제도’, 혹은 미국식의 퀄리파잉오퍼 제도, 혹은 보상규정의 전면 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프로야구선수협회도 구체적안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복수의 단장들은 “등급제 FA 등 FA 보상규정과 관련된 안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단장들은 이사회 의결 전 세부적인 안을 만드는 실행위원회 소속이다. 지금까지 실행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올해 FA 제도의 변경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가뜩이나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난제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남은 시간은 두 달이다. 사실상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올해도 많은 선수들이 FA 자격을 획득한다. 첫 FA 자격을 획득하는 선수들은 이전과 같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타 팀의 시선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위주로 FA 자격을 대거 포기하는 사태가 예고된다. 또한 넓게 보면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대개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다. 당장은 리그 정상급 활약이어도 향후 미래가치가 높지 않을 수 있다. 최근 KBO 리그의 육성기조까지 더해 구단들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예정된 에이전트 제도에 대해서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행위원회 차원에서 세부적인 윤곽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문제가 없다면 올해 FA 시장부터 각 구단들은 선수들이 아닌 에이전트를 상대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도 에이전트들이 뒷일을 봐주거나, 혹은 대놓고 구단과 협상하는 일도 있었다. 다만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보폭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달라진 풍경이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