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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범호, 역시 '만루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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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戰 개인통산 16개째 만루포… 역대 1위 기록 행진 이어가

3년 연속 20홈런 고지도

오재일 7타점… 두산, NC에 대역전

그랜드슬램(Grand Slam). 스윙 한 번으로 1·2·3루 주자와 함께 자신도 유유히 홈 플레이트를 밟는 만루 홈런은 모든 타자의 로망이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수없이 타석에 서는 베테랑 타자 중에도 만루만 되면 고개를 숙이는 '새가슴'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순간 아드레날린을 발산해내는 '강심장'도 있다.

12일 KIA와 SK가 맞붙은 인천 문학야구장. KIA가 3회초 2사 후 로저 버나디나의 선제 솔로포에 이어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만루 기회를 잡았다. 7번 타자 이범호(36)가 타석에 들어섰다. 베테랑 타자와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 중 하나인 문승원(28)의 대결은 눈 깜짝할 새 끝났다. 이범호는 역시 베테랑다웠다. 앞선 타자 안치홍을 볼넷으로 보낸 문승원이 장기인 빠른 볼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질 걸로 예상하고, 시속 146㎞ 초구에 승부를 걸었다. 타구는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었다. 비거리 125m 만루홈런이었다. 1―0이던 점수가 순식간에 5―0으로 벌어졌다. KIA는 이범호의 만루포를 앞세워 6대2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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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힘을 보여준 한 방이었다. KIA 이범호(25번)가 12일 SK전에서 만루 홈런을 때린 후 홈으로 들어오자 동료들이 달려나와 축하했다. 개인 통산 16개의 만루 아치를 그린 이범호는 이 부문 역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송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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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는 KBO리그에서 가장 만루 상황을 즐기는 타자다. 이날 개인 통산 16개의 만루 홈런을 터뜨린 그는 이 부문 역대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심정수(은퇴·12개)를 넘어선 지 오래다. 현역 중에선 강민호(롯데)·이승엽(삼성)·이호준(NC)이 10개를 기록 중이다.

이범호는 올 시즌 홈런 20개도 채웠다. 지난 8월 27일 NC전에서 통산 300홈런 고지를 밟은 데 이어 3개를 더 보태 박재홍(은퇴)을 제치고 역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범호의 KBO 통산 홈런(303개)은 이승엽(464개)보다 161개가 적다. 하지만 만루에선 이범호가 더 강했다. 이승엽은 프로 통산 총 204차례 만루 기회에서 10개의 홈런을 때렸고, 이범호는 192차례 기회에서 16개의 아치를 그렸다. 그만큼 이범호의 강심장과 승부 근성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프로 17시즌째인 이범호는 별명이 '꽃보다 범호'다. 약간 '덜 잘생긴 외모'지만 빼어난 야구 실력과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팬들이 한화 시절 붙여줬다. 그는 올해 타율이 2할5푼대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묵묵히 후배들을 이끌어 KIA 의 선두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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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선 2위 두산이 3위 NC에 14대13의 대역전승을 거두며 승차를 2.5게임으로 벌렸다. 오재일이 4타수 4안타3득점 7타점으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0―8로 뒤진 4회초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역전의 물꼬를 텄고, 6―11로 뒤진 5회엔 2점 홈런을 뿜어내며 추격의 불씨를 되살렸다. 오재일은 11―13으로 따라붙은 8회 역전 3점포를 가동해 팀 승리의 영웅이 됐다. 양팀은 홈런 8개(두산 5, NC 3개) 포함 37안타(NC 21, 두산 16개)를 주고받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피 말리는 '5위 표' 싸움을 벌이는 5위 SK, 6위 LG, 7위 넥센은 나란히 패했다.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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