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대표팀 전임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의 첫 시험무대는 바로 오는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24세 이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회다. 대회 명처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차 미만의 선수들이 참여해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벌써부터 주목도가 남다르다. 아무래도 첫 시행되는 대회인데다가 각 국가별 영건들이 주축이 돼 나온다는 측면에서 시도하는 자체에 의미가 더해지는 분위기다.
선동열(사진) 야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11월 열리는 24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 대회에 와일드카드를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대표팀도 준비에 분주하다. 지난달 28일 총 42인의 예비엔트리를 발표하며 잰걸음을 시작했다. 박세웅(롯데), 이정후(넥센)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영건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더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최종엔트리 합류 영광이 주어질 전망. 선 감독이 직접 이들 멤버 중 향후 아시안게임 등에 합류할 수 있는 멤버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들은 큰 관점에서 몇 년 앞을 내다보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아직 국제무대 데뷔 전이지만 충분히 흥미를 일으킬 부분이 많다.
다만 최종엔트리구성보다 더 먼저 고민할 부분이 있다. 바로 핵심 키 중 하나인 와일드카드 합류문제다. 이번 대회는 영건들 위주로 치러지는 대회지만 따로 와일드카드라 불리는 세 장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나이와 연차를 뛰어넘는 베테랑선수가 합류 가능한 것.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한 그 어떤 이도 합류가 가능하다. 영건들이 중심이 되다보니 이를 잡아줄 베테랑의 필요성에 의해 생겨나게 된 제도이다.
이 부분이 대표팀을 이끄는 선 감독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 당초 선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약한 포수 포지션을 중심으로 와일드카드를 선발할 계획이라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자원 중 국제무대를 뛰어본 선수가 거의 없기에 이들을 보완해줄 베테랑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
선동열 감독은 취임 당시 포수 포지션을 지정하며 베테랑 자원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최근 움직임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대회 자체의 의미를 생각하며 와일드카드 발탁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영건들의 축제인데다가 성적이 큰 의미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향후 줄줄이 예정된 국제대회를 치러야 하기에 영건들의 숙련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받았다.
선 감독 역시 지난달 예비엔트리를 선정하며 관련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고민 중이다”고 아직 방향을 정하지 않았음을 밝히면서 “세대교체 요구가 많다.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첫 대회이면서 친선경기라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전체적 시각에서 입장을 전했다. 이어 “엔트리를 뽑으니 이 중 도쿄돔 경험자(심창민)가 한 명 뿐이더라. 그래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선 감독은 “아직은 논의 중이다. 2차 엔트리 발표 때 상의해서 결정 하겠다”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하며 관련 사안에 대한 여러 고견을 듣고 있음을 강조했다.
박세웅(사진)과 이정후 등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24세 이하 영건들이 대다수 예비엔트리에 포함돼 대회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MK스포츠 DB |
야구인들의 시각은 대체로 와일드카드 선발자체는 필요 없는 게 맞다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A야구인은 “엄연히 24세 이하 영건들이 주인공이 되는 대회다. 베테랑선수를 뽑는 것은 효용성과 의미에서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본다. 잘못하면 이도 저도 되지 않은 무의미한 대회가 될 수 있기 때문”고 입장을 전했다.
B해설위원 역시 “이번 대회는 24세 이하 선수들에게 기회가 되는 대회다. 경기력 향상과 경험 측면에서 좋은 찬스가 분명하다”고 말하며 “국제대회 경쟁력을 위한 성장을 위해서는 훈련 가지고는 부족하다. 결국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대회를 통해 성장하는 방법이 얼마나 의미 있겠나.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직 C코치는 “베테랑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회의 의미를 명심해야 한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2020년 도쿄올림픽 아니냐. 이번 대회는 경험의 시작이라고 판단하며 전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옳은 방향”라고 힘을 실어줬다. 이들 외에도 야구인들 전반에서 기류변화가 감지됐다. 초반만 하더라도 포수, 에이스급 투수는 무조건 검증된 베테랑이 필요하다 주창했지만 대회가 가지는 성격을 고려했을 때 고개가 한 번 갸우뚱해진다는 것이 많아졌다.
선동열 감독과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조만간 와일드카드 포함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물론 반론도 있다. D야구인은 “대회의 의미를 알고는 있으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막상 대회가 시작되고 일본은 물론 대만에게까지 진다고 가정하면 어떨 것 같은가. 한 두 선수로 흐름이 바뀔 수도 있는 게 야구다. 최소 한 두 명의 베테랑이 필요한 이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해설위원은 “아무리 전임감독제하에 운영되는 대표팀이라도 성적에 욕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국민들이 일본 등에 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지 않나. 대전제는 공감하지만 돌아가는 현실을 무시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반론처럼 현재의 시점이 아니라 막상 임박한 대회 앞에서 평점심을 유지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해보기 어려운 상황. 다만 “국민들이 (대회 의미를) 이해해주시면서 선전을 응원해주신다면야 당연이 와일드카드는 필요 없다. 영건들이 주축이 되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과 전제는 공감하지만 현실도 이에 맞출 수 있느냐에 대한 근원전인 질문이었다.
선 감독은 최종엔트리 선발 전까지 각지에서 의견을 들은 뒤 올바른 방향을 선택한다고 했다. 이 사이 발생한 특별한 변수라면 일본의 행보. 일본은 와일드카드제도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은 점치고 있다. 와일드카드가 인프라나 인원구성 면에서 다소 부족한 한국과 대만을 위한 제도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러자 우리 입장이 굉장히 애매해졌는데 뽑자니 앞서 언급한 의미가 퇴식되며 또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두 배 , 세 배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뽑지 않았다가는 자칫 지난 3월 고척 참사를 일으킨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처럼 국민들 전체에게 실망을 안길 수 있다. 미래를 이끌어야할 영건들이기에 허무하고 안타까운 패배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
야구인들과 민심이 같을 수만은 없다. 이미 포털 댓글에서도 누리꾼들이 향후 포함될 와일드카드 후보군을 꼽아보는 일이 수차례 등장했다. 최근 좋지 않은 한·일관계도 아주 미세하고 복잡한 방정식과 같은 결과물이다. 골치아픈 일이 분명하다.
대표팀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만은 않다. 곧 시즌이 끝나고 대회도 치러진다. 사실 성적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다만 첫 출항하는 전임감독제하 대표팀이기에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다는 분석. 그러나 당장보다는 미래를 보는 것이 올바르지 않겠냐는 시각이 다소 많은 게 사실이다. 첫 시작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끝을 향하는 장기적 안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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