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완벽한 바르사, 금 가기 시작하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엘 클라시코'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2경기 연속 완패

10년간 천하 양분… 레알 '원톱' 굳어지는 형세

피케 "실력으로 밀린다고 느낀 건 9년 만에 처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바르사)는 최근 10여년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축구계를 양분했다. 두 팀은 2000년대 후반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패권을 다퉜다.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초로 3관왕(리그·FA컵·대륙대회)을 2번 기록했더니, 레알은 2연속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업적으로 맞섰다. 최근 10년간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팀이 정상에 오른 게 각각 3번씩 총 6번이었다. 둘은 세계 프로축구계의 '양대 축'이자 수퍼 라이벌이었다.

조선일보

17일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라이벌 FC바르셀로나를 꺾고 스페인 수퍼컵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선 모습.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 '세계 2강 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이전 같지 않은 모습으로 팀 안팎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르사는 17일 열린 스페인 수퍼컵 2차전 레알과의 원정 경기에서 0대2로 졌다. 바르사가 레알에 1골도 못 넣고 진 건 2011년 4월 이후 6년 만이다. 양 팀 간 경기인 '엘 클라시코(전통의 경기라는 뜻)'는 끝까지 알 수 없는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바르사는 전반전 슈팅을 1개만 기록하고 상대엔 2골을 내줬다. 레알엔 호날두, 베일, 이스코 등 핵심 전력도 빠져 있었다. 바르사는 3일 전 1차전 때도 1대3으로 무력하게 패했다. 2연속 패배로 우승컵을 내준 것이다. 바르사 수비수 피케(30)는 "레알에 실력으로 밀린다고 느낀 건 9년 만에 처음"이라며 좌절감을 표했다.

조선일보

'티키 타카(패스가 빠르게 이뤄지는 모양)'를 앞세워 전성기를 구가한 바르셀로나의 하락세가 갑자기 시작된 건 아니다. 바르사는 2016년, 2017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속 8강 진출에 머물며 이미 기우는 조짐을 보였다. 근본 원인은 '세대교체 실패'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바르사의 전성기를 이끈 푸욜(39·은퇴)과 사비(37·중동으로 이적)의 빈자리가 아직도 채워지지 않고 있으며, 현 핵심 선수인 이니에스타(33)와 메시(30)의 기동력은 이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나머지 주전들도 대부분 30대를 바라본다. 유로스포츠는 "선수진의 평균 나이를 낮추는 근본적 대책 없이는 전력 강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바르사의 대스타들이 전성기 이후에도 오래 자리를 지키면서 유망주들이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팀은 '고인 물'이 돼 활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벌 레알이 일찌감치 자국 출신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해 차근차근 리빌딩을 해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수퍼컵 1·2차전에서 모두 골을 넣은 아센시오(21)와 중원의 핵으로 떠오른 이스코(25)가 레알 정책의 대표 사례다. 반면 바르사는 조급한 마음에 어린 선수들을 내치고 급하게 외부 영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외적으론 내분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바르사 단장이 팀 패배를 실수한 선수 탓으로 돌리자 동료 선수가 곧장 "구단 사람이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반박하는 일이 있었다. 중국 리그 출신 파울리뉴(29)를 영입한 데 대해 "구단 회장의 개인적 이익 때문에 이뤄진 거래"라는 음모론도 돈다. 구단 측은 '송사(訟事)'로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이런 와중에 우수한 유소년팀 선수들이 바르셀로나라는 타이틀에 미련 두지 않고 '제 살길'을 찾아 줄지어 팀을 떠난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소동에서 '거함 침몰의 징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한 네이마르(25)의 인터뷰에서도 바르사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분위기가 전과 다름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에서 나가면 죽는 줄 알아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살아 있는 기분입니다."

[이태동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