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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32년 만에 '동반 20승'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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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헥터, KIA 승리 절반 따내

85년 김시진·김일융 이어 도전… 남은 경기 반타작만 해도 가능

불안했던 불펜도 자리잡아

한국 프로야구 36년 역사에서 한팀에서 투수 2명이 '동반 20승'을 거둔 건 딱 한 번 있었다. 그만큼 귀한 기록이다. 1985년 삼성 소속이던 김시진·김일융 콤비가 나란히 25승씩을 따내며 공동 다승왕이 됐다. 삼성은 그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이한' 승률 7할(0.706·77승1무32패)을 찍었다. 당시엔 전·후기 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던 방식이었다. 삼성은 전·후기를 모두 제패하고 '한국시리즈'를 치르지 않고도 우승했다.

KIA가 올해 32년 만에 이 기록에 도전한다. KIA 원투 펀치 양현종(29)과 헥터 노에시(30)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15~16일 NC와의 두 경기에서 나란히 1승씩을 추가하며 각각 시즌 17승, 16승째를 거뒀다. 두 선수가 합작한 승수는 33승으로 17일까지 KIA가 거둔 올 시즌 승리(69승)의 절반 가까이 된다. 막강 원투 펀치의 힘으로 KIA는 2위 두산에 7게임 앞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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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상대 방망이를 잡아 묶는 강력한‘원투 펀치’덕에 거침없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다승왕을 놓고 치열한‘집안 싸움’을 벌이는 좌완 양현종(왼쪽)과 우완 헥터(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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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왼손 투수인 양현종은 140㎞ 후반의 빠른 직구로 상대 타선을 압박한 뒤 변화구로 아웃 카운트를 잡는 전형적인 '파워 피처'다. 프로 11년차다운 노련함도 돋보인다. 그는 올 시즌 18개의 병살타를 유도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우완 헥터도 140㎞ 후반대의 빠른 직구를 갖췄지만 실상은 기교파에 더 가깝다.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어 쓰고 제구력도 좋아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공을 찔러넣는 데 능하다는 평가다. 미국 마이너리그 유망주 시절부터 미국 스카우트들로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동반 20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손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둘 다 시즌 중반 한 번씩 부진을 겪었지만 털어내고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했다. 양현종은 5월 말~6월 초 3연패를 당했지만 이후 선발 10연승 행진 중이다. 후반기 5경기에선 평균자책 1.85를 기록하며 '언히터블' 수준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즌 초 14연승을 달리던 헥터는 7월 말~8월 초 두 차례 패전 투수가 됐지만, 16일 경기에서 전반기 구위를 되찾으며 우려를 씻었다.

여기에 전반기 KIA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불펜'도 후반기 안정됐다. 전반기 KIA 불펜의 평균자책은 6.22로 리그 꼴찌였지만, 후반기엔 3.35로 NC(3.27)에 이어 리그 2위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양현종과 헥터가 승리 요건만 갖추면 승수를 쌓기에 훨씬 유리해졌다"고 했다.

KIA의 시즌 잔여 경기는 36게임이다. 산술적으로 두 투수가 6~7번 등판할 수 있다. 반 타작만 해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 작년 각각 200이닝 이상 투구했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선수들이라 갑작스러운 부상만 없다면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올 시즌 다승왕은 이미 '집안 싸움' 구도가 됐다. 12승으로 공동 3위인 메릴 켈리(SK),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격차가 크다. 양현종은 15일 "이젠 다승왕 욕심이 난다. 헥터와 경쟁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헥터도 16일 승리한 뒤 "양현종과의 다승 경쟁은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받았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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