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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어제 수원] 뚝심과 기다림, 다시 울려 퍼진 그 이름 '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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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인터풋볼= 수원월드컵경기장] 서재원 기자= "쎄오! 오 마이 히어로. 영원 하라 수원의 푸른 별."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의 응원가가 빅버드에 울려 퍼졌다. 3개월 전까지 야유를 받았던 서정원 감독은 다시 수원의 영웅으로 불렸다.

수원 삼성은 19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2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홈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수원은 서정원 감독 부임 후 리그 첫 4연승을 달렸다. 승점도 39점을 기록하며 여유롭게 3위를 지켰다. 1위 전북(승점 44)과 격차는 5점으로 유지됐다.

# 불길한 예감과 불안했던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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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걱정을 많이 했다." 경기를 앞둔 서정원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걱정이 앞섰다. 3연승을 달리며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도달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앞섰다. 감독 부임 후 리그 첫 4연승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더 그랬다. 과거 네 번의 도전은 모두 실패로 끝났던 것도 원인이었다.

경기 운영 계획도 시작 전부터 꼬였다. 전남이 선수 컨디션의 이유로 자일과 김영욱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득점과 도움 부분에서 공동 1위를 달리던 선수들이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서정원 감독도 "경기 직전 전략을 급히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험상 이런 경기가 더 힘들다. 의외성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서정원 감독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수원은 초반에 주도권을 잡았음에도 쉽게 전남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지 점유율에 비해 첫 슈팅도 늦게 나왔다. 전반 13분 최성근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이날 경기 수원의 첫 슈팅이었다.

전남은 라인을 최대한 내려 수원의 공격을 막았다. 그렇다보니 조나탄과 염기훈에게 쉽게 공이 연결되지 않았다. 전남의 준비는 성공적이었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도 "전반에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나탄도 22분 만에 겨우 첫 슈팅을 만들어냈다. 이 역시 골키퍼가 쉽게 잡아낼 수 있는 헤더 슈팅이었다.

결국 전남이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25분 왼쪽 측면에서 안용우가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페체신이 머리로 득점을 성공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한찬희의 태클에 발목 부상을 당한 고승범이 전반 35분 장호익과 교체 됐다. 서정원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나 수원은 과거와 달랐다. 위기 때마다 한 번씩 터지던 염기훈의 왼발이 빛을 발휘했다. 전반 42분 상당히 먼 거리에서 감아 찬 왼발 프리킥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워낙 그림 같은 곡선이었고, 골대까지 맞고 들어가니 이호승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었다.

# 달라진 수원, 그 중심에 '괴물' 조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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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후반 초반부터 작정한 듯 공격을 몰아쳤다. 꽉 막혔던 수원의 공격은 터지기 시작했고, 이내 득점이 나왔다. 조나탄이었다. 후반 20분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공을 잡은 조나탄이 환상적인 볼터치에 이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빠르게 날아간 공이 골키퍼 맞고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호승 골키퍼도 차마 손을 뻗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슈팅이었다. 서정원 감독도 "슈팅 속도 면에서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선수다"고 평가했다. 조나탄은 "사실 골키퍼 위치를 보지 못한 채 슈팅을 쐈다. 골키퍼의 실수도 조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첫 득점에 대해 논했다.

조나탄의 골로 경기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어 5분 만에 또 골이 터졌고, 이번에도 조나탄이었다. 후반 25분 왼쪽 측면에서 김민우가 돌파 후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조나탄이 어느 샌가 달려들어 득점을 성공시켰다. 3경기 연속 멀티골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조나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후반 40분이었다. 조나탄과 이호승 골키퍼의 경합 과정에서 공이 골대 오른쪽 부근으로 높이 튀어 올랐다. 그 순간 조나탄이 바이시클킥을 시도했다. 서정원 감독도 "'저건 오버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각도와 위치였다. 그런데 조나탄은 기어코 골을 넣었고, 수원 소속 첫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수원 팬들 사이에서 '갓'나탄이라 불리는 조나탄은 또 다시 영웅이 됐다. 적장인 노상래 감독도 "수비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피지컬, 힘, 스피드, 결정력 등 모든 게 잘 갖춰진 선수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는 이미 K리그에 나타난 또 한 명의 괴물 공격수였다.

# 3개월 만에 돌아온 팬心, 울려 퍼진 '오 마이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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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수원의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벤치에 있던 서정원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부임 이후 첫 4연승이라 그 의미가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했던 응원가가 들렸다. "쎄오! 오 마이 히어로~"로 시작하는 서정원 감독의 응원가였다.

참으로 오랜 만에 울려 퍼진 응원가였다. 지난해 FA컵 우승 이후 못들을 줄 알았던 응원가이기도 했다. 비록 7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워낙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길게 느껴진 이유는 분명했다. 시즌 초반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작년부터 이어진 분위기였지만, 다를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그 아픔은 더 크게 다가왔다. 3개월 전인 4월 광주전까지 5무 1패. 당시 서정원 감독은 '쎄오 아웃(SEO OUT)'이란 충격적인 구호를 들었다.

당시 상황은 최악이었다. 서정원 감독을 향한 안티콜뿐만 아니라 수원의 몇몇 팬들과 최고참 이정수와의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결국 이정수가 돌연 은퇴를 발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가장 힘들었을 이는 서정원 감독이었다. 그는 모든 책임을 홀로 떠안으려 했다. 광주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내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문제다. 내가 선장이기 때문이다"면서 "이 상황까지 몰고 와서 안타깝다. 가장 큰 잘못은 나에게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서 감독은 광주전 이후 자진 사퇴를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3개월 만에 팬심이 돌아왔다. 빅버드에 서정원 감독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모두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서정원 감독도 이례적으로 선수단과 함께 팬들 앞에 섰다. 지난 포항 원정에 이어 두 경기 연속이었다. 이어 만세 삼창과 단체 사진까지 함께했다. 서정원 감독이 수원의 영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 서정원의 뚝심과 기다림, 그가 다시 일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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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과 기다림의 결과였다. 그는 비판을 받더라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정한 원칙과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밀어 붙였다. 그 결과 돌아섰던 팬심도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의심이 컸다. 서정원 감독이 주장한 '스리백'에 대한 의심이었다. 모두가 수원의 부진 이유를 스리백에 대한 고집으로 꼽았다. 그럴 때마다 서 감독은 '아직 적응 하는 중이다.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수원의 현실에 맞는 전술은 스리백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경기 전 대부분의 취재진이 최근 수원의 상승세의 이유를 조나탄의 활약이라 말했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은 다시 스리백을 주장했다. 그는 "조나탄의 컨디션이 워낙 좋은 게 사실이다"면서도 "지난해 수비 쪽이 힘들었고, 그것 때문에 스리백을 가져갔다. 스리백이 안정화 되면서 조나탄도 살아나는 것이다"면서 자신의 전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에도 그랬다. 염기훈의 스트라이커 논란이 나왔을 때도 그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해당 질문이 나온 지난주 인천전에서 서정원 감독은 "지난해 수비가 문제여서 스리백을 꺼냈다. 스리백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투톱이 최적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염기훈을 투톱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다고 염기훈이 스트라이커가 아니지 않느냐. 여전히 측면으로 움직이며 크로스를 올린다"고 강한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그의 말이 모두 맞았다. 지금까지 스리백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수원의 실점은 11위(59실점)였는데, 현재는 확연히 줄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전북, 제주, 울산에 이은 4위(25 실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 논란이 됐던 염기훈의 위치, 조나탄의 활용 등도 해결되고 있는 모양이다.

뚝심과 기다림의 결과였다. 서정원 감독은 그 누구보다 수원을 정확히 분석했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확실히 찾아냈다. 그에게는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서정원 감독 스스로도 그 속에서 성장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인지 주변에 동요하지 않는 힘이 생겼다.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냉점함'을 갖추게 됐다. 전남전 대승 속에서도 서정원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4연승을 했는데 그렇게 기쁘지 않다.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지난 4년 동안, 서정원 감독은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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