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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무너져야 할 것들은 무너져야 새로 시작"…'귓속말' 20.3%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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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작가 4연타석 히트…잦은 반전에 피로 호소하는 목소리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무너져야 할 것들은 무너져야죠. 그래야 새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한 줄 대사가 우리 사회의 현재를 이야기하며 시청률 사냥에도 성공했다.

SBS TV 월화극 '귓속말'일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2012년 '추적자', 2013년 '황금의 제국', 2015년 '펀치'를 통해 부패한 부와 권력을 비판해온 박경수 작가는 '귓속말'에서도 날카롭게 벼린 펜 끝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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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완판…시청률 20% 돌파

지난 3월27일 13.9%로 출발한 '귓속말'은 경쟁작인 MBC TV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과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었다.

조연들의 연기력 부족과 주연들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으면서 초반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2회에서는 13.4%로 '역적'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귓속말'은 4회에서 15%를 돌파하며 월화극 1위에 안착했고, 광고는 줄곧 완판됐다. 이에 SBS는 1회를 연장해 승리의 기쁨을 좀더 누렸다.

22일 16회에서 전국 19.2%, 수도권 20.1%를 기록하며 수도권 20%를 넘어선 '귓속말'은 마지막 17회에서는 전국 시청률도 20%를 넘기며 성공작이 됐다.

23일 경쟁작인 KBS 2TV '쌈, 마이웨이'는 6.0%, 2부로 쪼개 방송된 MBC TV '파수꾼'은 4.6%와 4.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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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수 작가, 4연타석 히트 치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법을 이용한 도적들을 '법비'(法匪)라고 규정했다. 대법관,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을 다룬다면서 법 뒤에서 호박씨를 까고, 법적 지식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다니는 '법꾸라지'들의 후안무치하고 천인공노할 행태를 조명했다.

법조인 출신들이 정치, 경제, 사회의 권력을 장악하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신들만의 법을 만들어 국정을 농단하고 자기들의 뱃속만 채우는 과정이 펼쳐졌다. 방산비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의 비리 의혹, 경찰에 출두한 거대 법률회사의 수장이 질문하는 여기자에게 레이저 눈빛을 쏘아대는 에피소드 등 현실에서 소재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활용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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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24일 "법원과 법을 다루는 자들의 비리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귓속말'이 처음"이라며 "한국 드라마의 소재를 확대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시대적 현실에 맞는 이야기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매 작품 무릎을 치게 하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박 작가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악은 성실하다' '세상 법대로 살 수 있나. 자넨 사는 법을 배워야겠어' '법은 지키는 것이 아니고 이용해 먹는 것이지' 등의 말이 법비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다들 마음을 바꾸니까 세상이 안 바뀌는 거야'처럼 뜨끔하게 하는 대사도 이어졌다. 그러나 드라마는 결국 폐허 위에 싹 튼 희망을 이야기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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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잦은 '뒷통수'에 피로…연기력도 글쎄

하지만 '귀속말'은 아쉬움도 남겼다. 박경수 작가 특유의 '뒷통수 작법'이 이번에는 특히 과도하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한 덕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한 회 안에서도 수없이 반전이 이뤄지면서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법비들끼리 서로 속고 속이고, 이용해 먹고 뒷통수를 치는 과정이 너무 잦다보니 긴장감이 커지기 보다는 되려 이야기의 무게감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논란이 됐다. 박 작가의 앞선 작품에서는 손현주, 박근형, 조재현, 박혁권, 최명길, 류승수 등이 탄성을 자아내는 연기력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번 '귓속말'에서는 그러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가 없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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