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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야구학교 팀닥터 김준엽 칼럼] 유소년 부상관리 시스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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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야구 대표팀의 박석민이 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A조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진 5회 2루타를 쳐낸 뒤 다리에 고통을 호소하며 트레이너의 체크를 받고 있다. 2017.03.07.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준엽 객원기자] 김인식호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탈락한 이후 한국 야구의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있습니다. 좁은 스트라이크존 문제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실패 및 준비 부족에 대한 얘기도 들립니다. 일본에서 대형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등장한 이후 종종 거론됐던 대형 투수의 부재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더군요.

아무래도 저는 스포츠 의학을 전공하는 입장이라 대형 투수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부상 관리 시스템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우리 유소년 및 청소년 선수들에 대한 부상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나친 사용에 따른 손상을 너무나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중간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훈련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팔꿈치나 어깨가 아픈 유소년 및 청소년 선수들을 진료하면서 제가 가끔씩 놀랐던 점은 방문하는 선수 대부분이 팀내에서 중추적인 구실을 하는 선수들로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는 점입니다. 이런 선수들을 대상으로 X-레이 촬영 및 이학적 검사를 해보면 성장판 손상 및 비정상적인 뼈의 변화, 인대 약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나친 사용이 원인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일단은 한 달에서 세 달 정도의 충분한 휴식기간을 가지고 지켜보게 됩니다. 아프기는 하지만 대회에서는 성적을 내야하기 때문에 쉬지 못하고 경기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선수들의 현실이자 선수와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이런 경우 저는 지도자 분들께 편지를 쓰거나 기꺼이 전화 통화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많은 지도자들이 투구수 제한이나 휴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강조하는 분위기지만 이것이 시스템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뜻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선수들의 훈련량이 얼마나 무리가 되는지 측정하고 평가한 적이 없으므로 누구도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유소년 및 청소년의 투구수 제한을 두고 엄격하게 휴식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도 유소년 투수들이 경기에서 얼마나 공을 던지는지를 측정해왔습니다.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벌어진 미국 정형외과 학회에서 시카고 러쉬의대 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소년기에 제한 투구수를 철저히 지킨 그룹이 훗날 프로에 진출한 뒤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재건수술을 받는 확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깜짝 놀랐던 대목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리틀리그 선수권 대회에서 공을 던진 638명 가운데 2017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대형 선수는 3명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중간에 야구를 그만둔 선수도 있고 야수로 전환한 선수도 있으며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있지만 그만큼 대형 투수를 배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런 희박한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대형 선수 자원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상 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야구학교 팀닥터·명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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