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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흥행은 대박, 성적은 쪽박…피겨 4대륙선수권이 남긴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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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19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4대륙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릉 | 김현기기자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강릉이 피겨에 물들었다.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4대륙선수권대회가 관중 대박을 터트리며 피겨가 내년 평창 올림픽 흥행 성공의 보증수표임을 증명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웃을 선수들이 누구인지도 윤곽을 드러냈다. 다만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아쉬웠다.

◇아이스 아레나는 ‘일장기 물결’…흥행은 대박

지난 16일부터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시작된 4대륙선수권은 19일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과 갈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내년 평창 올림픽 피겨 종목을 앞두고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국제대회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4대륙선수권’은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인데 지난 2014 소치 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하뉴 유즈루와 2010 밴쿠버 올림픽 아이스댄스 금메달리스트인 캐나다의 테사 버츄-스콧 모이어 조 등 각대륙의 유명 스타들이 대부분 합류해 아이스 아레나의 얼음과 분위기를 익혔다. 스타들이 대거 강릉을 찾으면서 구름 관중도 몰렸다. 특히 일본 자국에서 김연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하뉴가 비슷한 기간 열리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대신 4대륙선수권을 선택한 것이 흥행에 불을 지폈다. 아이스 아레나엔 일본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일장기를 든 관중이 곳곳에서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특히 하뉴가 19일 프리스케이팅을 마치고 난 뒤엔 인형 등 엄청난 선물이 링크 위에 쏟아져 장관을 이뤘다. 일본 단체 관광객이 여행사 깃발 아래 군집을 이루고 다니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남·녀 싱글이 열린 18~19일엔 티켓 부스에 ‘매진’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아이스 아레나는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네이선 천-미하라 마이, 첫 우승으로 웃었다

이번 대회에선 남녀 싱글에서 깜짝 우승자가 등장해 평창 올림픽에서의 판도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스페인 출신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를 제외하고 강자들이 몰린 남자 싱글에선 미국의 신예 네이선 천이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무려 5번이나 뛰는 괴력 끝에 합계 307.46점(쇼트프로그램 103.12점+프리스케이팅 204.34점)을 기록, 하뉴(303.71점)와 또 다른 일본 선수 우노 쇼마(288.05점)를 누르며 이 대회 첫 정상에 올라 내년 평창 올림픽의 떠오르는 우승 후보임을 알렸다. 하뉴는 이번에도 준우승에 그치며 ‘4대륙선수권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선 206.67점으로 천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해 쇼트프로그램 3위 부진을 씻고 1년 뒤 복수를 다짐했다. 일본은 18세 신예 미하라 마이가 여자 싱글에서 합계 200.85점(쇼트프로그램 66.51점+프리스케이팅 134.34점)으로 이변의 우승을 차지해 하뉴의 은메달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강한 페어에서 수이 웬징-한 총 커플이 금메달을 따내 남녀 싱글 부진에도 불구하고 웃었다. 버츄-모이어 조가 아이스댄스에서 우승하는 등 4대륙선수권을 ‘4분’하는 미국·캐나다·중국·일본이 금메달을 하나씩 나눠가졌다. 4개국 외에 동메달 하나라도 획득한 나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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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륙선수권 여자 싱글이 열린 18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티켓 부스가 매진을 알리고 있다. 강릉 | 김현기기자



◇최다빈 분전했으나…‘한국 피겨’ 평창이 걱정된다

한국 피겨는 선수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홈 링크에서 만족스런 성적을 얻진 못했다. 김연아 이후를 책임질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서 나올 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다빈이 여자 싱글에서 본인 ISU 공인대회 최고점인 182.41점(쇼트프로그램 61.62점+프리스케이팅 120.79점)으로 5위를 차지해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웠을 뿐이다. 같은 종목 손서현은 프리스케이팅까지 마친 선수 21명 중 19위에 그쳤고 내달 핀란드 헬싱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김나현은 쇼트프로그램 뒤 부상으로 기권했다. 피겨 유망주 3총사 임은수와 김예림 유영은 나이 제한으로 이번 대회는 물론 내년 평창 올림픽에도 나설 수 없다. 남자 싱글에서도 종합선수권 우승자 차준환이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막내 이시형(17·판곡고)이 195.72점으로 ISU 대회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16위가 됐다. 오히려 차준환과 내년 ‘평창 티켓’을 다툴 것으로 보였던 김진서와 이준형이 각각 195.05점과 187.58점으로 17위와 18위를 차지했다. 두 선수는 지난 5일 끝난 아스타나 동계유니버시아드에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2주 사이에 두 대회에 연속으로 출전한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진서는 프리스케이팅 뒤 “나와 준형이 형은 유니버시아드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번 대회 남자 싱글에선 4회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쳐 5~7개씩 넣는 선수들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아직 4회전 점프와 거리가 멀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걸음마를 뗀 페어와 아이스댄스에선 세계와의 격차가 뚜렷했다. 민유라-알렉산더 게믈린 조가 아이스댄스 전체 16개조 가운데 8위에 올라 그나마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물질과 바뀐 얼음, 드러난 보완점은?

4대륙선수권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은 빙상 종목 마지막 테스트 이벤트여서 운영 등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대체적으로 무난했으나 지적할 점도 있었다. 이준형은 마지막 날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이물질을 하나 집어들었고 이에 그의 코치가 잠시 항의하기도 했다. 이준형은 “이물질이 링크 한 가운데 떨어져 있었는데 연기 동선과 겹쳐 신경쓰였다”고 했다. 앞 선수 연기 뒤 선물 등이 쏟아졌을 때 링크 정리가 미숙했던 것이다. 이틀 째 아이스댄스 시상식 때 캐나다 국기가 접힌 채 게양된 것도 큰 실수였다. 지난 달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국내 피겨종합선수권과 빙질이 달랐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진서는 “종합선수권 끝나고 얼음을 새로 얼린 걸로 알고 있는데 느낌이 달랐다. 지하의 연습 링크 얼음이 좋았고, 핑계일 수 있지만 메인 링크에서의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물론 전체적인 빙질은 국내·외 선수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지난해 12월 쇼트트랙 월드컵 때처럼 편의 시설 부족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경기장 안팎에 식음료 코너를 마련했으나 특히 바깥에 있는 식사 코너는 추운 날씨에 음식 등이 금세 식어 효용성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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