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이때 김두현 보고 꿈 키워… 작년 K리그 득점 3위 샛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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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남 FC의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중학교 시절 성남 일화의 '볼보이'를 하며 프로의 꿈을 키웠다. /임경업 기자 |
프로축구 성남 FC의 스트라이커 황의조(24)는 지난해 여름 오른팔에 이런 스페인어 문신을 새겼다.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턴의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황의조는 문신에 대해 묻자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자기 성장 과정을 의미하는 말 같아서 새기게 됐다고 한다.
황의조는 과거 성남 일화의 볼보이를 하면서 프로의 꿈을 키운 선수다. 성남 풍생중 축구부 시절 볼보이로 경기장을 찾아 김두현(성남)을 보면서 '나도 저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심장이 막 두근두근했던 저의 우상이었죠. 근데 지금은 저랑 수다를 제일 많이 떠는 형님이 됐네요."
황의조는 동갑내기보다 뒤늦게 꽃이 피었다. 92년생인 황의조는 손흥민(토트넘), 이종호(전북) 등에게 밀려 17세·20세 대표팀에 번번이 낙방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K리그를 뒤흔든 공격수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 3위(15골)를 차지했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대표팀에 불렀다. 황의조는 작년 10월 자메이카와 벌인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황의조는 "친구들에게 밀릴 때마다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슛이 뜻대로 되지 않은 날이면 훈련장에 남아 끝없이 슈팅을 하고 들어가는 버릇도 생겼다. 이날도 황의조는 연습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남아서 슈팅 연습을 하려고 했다. 코치진이 무리하지 말자며 말렸다.
황의조는 평소 절친한 이정협(울산), 이재성(전북)과 연말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자리가 불편했다고 한다. "다들 경쟁하는 관계가 되니 축구 이야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지난 시즌 K리그 영플레이어상은 황의조와 이재성이 유력한 후보였지만 결국 이재성이 받았다. 황의조는 "나이 제한(만 23세) 때문에 마지막 기회였는데, 득점왕보다 영플레이어상을 타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고 했다.
황의조는 "올해는 선배들 모두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국(전북) 선배, 데얀(서울) 선수 모두 나이가 있으니 후반전에 지친 모습이 보여요. 저에겐 젊음이 있으니까, 자신 있습니다."
[풀러턴(미국)=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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