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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지연 “‘인간중독’ 종가흔 사랑? 여자라면 흔들려야 정상”

뉴스웨이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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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지연 “‘인간중독’ 종가흔 사랑? 여자라면 흔들려야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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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대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를 몰랐다. 분명 처음에는 그랬다. 충무로 ‘19금 멜로의 마이스터’ 김대우 감독이 신작을 기획중이란 소식을 꽤 오래전 들었다. 김대우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노출은 당연지사다. 시나리오가 나온 뒤 그 수위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 나돌았다. 여배우들에게 김대우란 이름은 양날의 검이다. 빼어난 작품성과 완성도, 흥행력을 생각하면 ‘무조건’ 함께 해야 옳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기대 이상의 파격이 늘 함께 했다. 여배우들이 주춤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중독’이 파격으로 소문이 나면서 어떤 여배우가 손을 댈까 궁금했다.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김대우 감독이 누구를 선택할지가 맞다. 놀라운 점은 그의 선택이 노출의 파격보다 더한 파격이었다. 데뷔 전 3개의 짧은 단편 경험이 전부인 완전 생짜 신인 임지연이 선택됐다. 반신반의 했다. ‘대체 왜’란 의문이었다. 언론시사회 후 그 반신반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개봉한 ‘인간중독’은 ‘임지연의 발견’이란 부제가 따라 다니게 됐다.

임지연은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아니 그 떡잎을 본인이 피웠다고 해야 더 정확할 듯하다. 데뷔작 ‘인간중독’ 촬영 전 지금의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에 직접 프로필을 들고 찾아갈 정도로 당찬 구석이 있었다. ‘인간중독’ 속 종가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그의 얼굴에선 알 수 없는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매번 무언가를 말하기 직전의 묘한 표정이 임지연의 얼굴에서 풍겨왔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대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페이스다.

“감독님께서도 그러시더라구요. 오디션을 보고 떨어진 줄 알았어요. 특별하게 코멘트를 해주신 것도 아니고, 저도 큰 기대는 안 했죠. 제가 뭐라고(웃음). 그런데 매니저 오빠를 통해 합격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어요. ‘내가? 내가! 왜?!!’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 김대우 감독님이 날 왜? 나중에 촬영하면서 말씀해 주시는데 저한테 궁금증이 생겼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종가흔을 연기하면 어떻게 나올지 떠오르지가 않으셨다고. 그래서 궁금했다고. 뭐 저야 행운아죠.(웃음)”

하지만 그의 말은 틀렸다. ‘행운아’란 말은 운만이 따라줬을 때나 하는 호칭이다. ‘인간중독’ 속 임지연이 연기한 종가흔은 국적(영화에선 화교)도, 감성도, 생각도 느낄 수 없는 묘한 인물로 탄생됐다. 전적으로 임지연이 만들어 낸 캐릭터다. 여기에 남심을 자극하는 기묘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에로틱함이라고 하기엔 과하고 그렇다고 사랑스럽다고 하기엔 모자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인이었다.

“종가흔의 목소리에서 많은 분들이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감정을 읽을 수 없다고. 그래서 영화 속 진평도 저한테 애닳았나 봐요.(웃음) 사실 지금 들어보셔도 아시겠지만 제 실제 목소리 톤은 많이 저음이에요. 그냥 보이시하다는 느낌이 맞을 정도로. 그래서 감독님이 톤 조절을 많이 해주셨어요. 영화를 보시면 첫 만남, 사랑에 빠진 순간, 그리고 헤어진 순간 등에서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차이를 보여요.”

물론 목소리뿐만이 아니다. 매사에 진평의 마음을 흔들어야 하는 종가흔의 모습을 위해 걸음걸이, 손짓, 심지어 눈빛과 시선처리까지도 김대우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당연히 임지연은 그런 감독의 요구를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빠르게 흡수했다. 그러나 조금 아쉬움도 있었다고.


“영화적 특성이랄까. 한 동안 제가 ‘인간중독’에서 감춰져야 할 인물이라 꽁꽁 숨어 있던 적이 있었죠. 참 묘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좀 아쉽기도 했죠. 나도 좀 드러나고 싶은데 하하하. 뭐 말하자면 기분은 좋았어요. 보호 받는 느낌이랄까. 근데 지금도 다시 말하지만 저 굉장히 털털하고 수다스러워요. 그런데 가흔이는 아주 조용하고 성숙하며 섹시한 느낌이고. 절 잘 아는 제 친구들이 기사를 보면 ‘이게 너랑 어울리냐’고 농담도 자주해요.(웃음)”

당차고 털털한 이 신인 여배우에게도 ‘인간중독’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우선 기성 배우들도 엄청난 스트레스와 체력을 요구하는 베드신이 ‘인간중독’에는 상당하다. 임지연은 베드신 질문에 “나올 게 나왔다”며 씩하고 웃었다. 우선 김대우 감독의 베드신 현장은 상당히 독특하다. 다른 감독의 경우 필수 스태프를 제외하곤 베드신 현장에서 모두 내보낸다. 하지만 김 감독은 막내 스태프들까지 현장을 지키게 한다고.

“배우이기 전에 여자잖아요. 다른 사람 앞에서 옷을 벗는 게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죠. 또 선배님들에게 들어서 감독님 현장의 베드신 촬영 특수성도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는 것만큼 그런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감독님께서 베드신이 감출 부분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고, 여배우에게 그것을 납득시켜 주세요.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게 옷을 벗었지만 옷을 벗고 있다는 느낌을 안 받게 만들어 주세요. 감독님이 그렇게 생각하시고 만들어 주시니 다른 스태프 분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이더라구요.”


베드신 상대역인 송승헌에 대해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는 “보이는 그대로다. 작품 속 그대로고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송승헌과 조금도 틀릴 바 없다”면서 “젠틀함이 넘치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김대우 감독의 세심한 감정 배려와 송승헌의 리드가 신인 임지연을 오롯이 ‘인간중독’ 속 종가흔으로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

“두 분의 배려도 배려지만 제가 두 분을 철저하게 믿었어요. 송승헌 선배님은 저한테 연예인이에요. 제가 학창시절 너무 좋아했던 분이고, 여배우인 제가, 그것도 신인배우인 제가 당황할까봐 너무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전해져 왔죠. 또 감독님이 베드신에서 나오는 동작 하나하나를 대역과 함께 선보이시는데 웃기기도 하고(웃음). 정말 즐거운 기억이었고 행복했어요.”

노출이 대중들에게 인식된 ‘인간중독’이지만 사실 ‘인간중독’의 진짜 매력은 임지연의 알 수 없는 ‘밀당’ 연기다.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면서도 종가흔은 김진평에게 “귀걸이가 없어졌어요”라며 황당한 말을 건낸다.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첫 마디다. ‘대체 이 여자 뭘까’라고.


“정말 이해 안 되는 장면 중 하나였죠. ‘그 상황에서 왜?’ 그런데 나중에는 남자들의 마음이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으로 바뀌더라구요. 그러다보니 가흔이의 마음도 알 수 있게 되었구요.(웃음). 솔직히 전 가흔이 같은 그런 사랑은 못해봤어요. 밀당? 에이 저하고는 반대에요. 전 그런 거 못해요. 전 좋아하면 그냥 표현해요. 그래야 상대방도 알고 나도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영화 속 진평과 같은 남자의 사랑에 배우 임지연은 흔들릴까. 그는 “배우 임지연이 아니라 여자라면 흔들려야 정상 아닌가”라며 웃는다.

그렇게 말하지만 임지연은 배우로선 정말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 든든함이 엿보였다. 첫 작품부터 이른바 ‘쎈’ 영화를 선택했고, 제대로 된 신고식을 치렀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연기하고 또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배우로서의 삶을 택한 임지연.

다음 작품에선 또 다른 변화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지만 아마도 임지연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분명히 느껴졌다. ‘인간중독’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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