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디자인’ 요청 잇따라
글로벌 패션 업계에서 한국 패션 파트너사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본사 제품을 들여와 파는 단순 유통 채널이나 주문대로 옷을 만드는 생산 기지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디자인과 상품 기획을 주도하는 ‘공동 기획자(Co-planner)’로 위상이 격상되고 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K-스타일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상표권만 빌려 쓰는 ‘라이선스 브랜드’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외 본사가 브랜드 정체성 유지를 이유로 금기시하던 ‘디자인 전권’을 한국 파트너사에 이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韓에서 디자인한 아동복, 中 매출 두 배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이랜드 그룹의 협력 모델이다. 뉴발란스 신발을 들여와 팔던 이랜드는 뉴발란스 의류 제품을 직접 기획·생산해 지난해 국내에서만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하며 나이키에 이은 2위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 브랜드들이 각국 유통업체에 판권을 주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이유로 디자인이나 상품 구성엔 손대지 못하게 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상표권만 빌려 쓰는 ‘라이선스 브랜드’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외 본사가 브랜드 정체성 유지를 이유로 금기시하던 ‘디자인 전권’을 한국 파트너사에 이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韓에서 디자인한 아동복, 中 매출 두 배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이랜드 그룹의 협력 모델이다. 뉴발란스 신발을 들여와 팔던 이랜드는 뉴발란스 의류 제품을 직접 기획·생산해 지난해 국내에서만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하며 나이키에 이은 2위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 브랜드들이 각국 유통업체에 판권을 주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이유로 디자인이나 상품 구성엔 손대지 못하게 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성과에 고무된 뉴발란스 미국 본사는 이랜드가 2013년 만든 아동용 브랜드 ‘뉴발란스 키즈’의 사업 모델을 역수입해 중국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랜드가 기획한 키즈 제품들의 중국 매출은 2023년 650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식 스타일을 입힌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판매 대행에서 공동 기획자로
미국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도 한국 기업에 디자인과 상품 기획의 전권을 넘겨 성공한 사례다. 미국에서는 신발과 장갑이 주력 제품인 브랜드인데, 코오롱FnC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의류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진출(2021년) 이듬해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포어는 코오롱FnC가 디자인한 제품을 들고 중국과 일본 내 주요 상권에도 진출했다.
단순 수입판매 계약을 맺은 국내 기업들도 ‘한국 전용 상품’을 역으로 제안해 글로벌 라인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LF는 이탈리아 브랜드 ‘포르테포르테’와 미국 브랜드 ‘빈스’에서 한국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트렌드와 한여름에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얇은 가디건을 입는 한국식 패션을 반영한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한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 채택됐다.
해외 주문자가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대신 생산해 주는 한국의 패션 ODM(제조자 개발 생산) 기업들도 ‘한국식 디자인’을 원하는 업체들의 요구를 반영해 변신하고 있다. 갭(Gap) 등 북미 브랜드를 주고객사로 둔 한세실업은 최근 AI(인공지능) 디자인팀을 신설했다. “단순 생산뿐 아니라 디자인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해외 바이어들이 늘어난 데 따른 변화다. 과거에는 실제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간섭 등을 조정하는 역할이었던 한국 내 디자이너 팀을 130여 명까지 늘리고, 직접 각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제품을 개발·디자인하는 것으로 역할을 확장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특히 미국 대형 마트의 PB(자체 브랜드) 의류는 기획 단계부터 우리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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