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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기면 81억 동 잭팟"... 베트남 전역 미쳐 날뛰는데, 왜 김상식만 고개를 떨궜나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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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기면 81억 동 잭팟"... 베트남 전역 미쳐 날뛰는데, 왜 김상식만 고개를 떨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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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선수들 '돈방석' 앉아 환호할 때... 홀로 침묵 지킨 김상식 감독
현지 언론 "조국의 몰락 앞에 웃지 못했다"
승장의 품격이자 연민 "나 때문에 한국이...

" 4억 보너스보다 무거웠던 '한국 축구 흑역사'의 무게


한국전 승리 후 고개를 떨군 김상식 감독.베트남 언론 캡쳐

한국전 승리 후 고개를 떨군 김상식 감독.베트남 언론 캡쳐


[파이낸셜뉴스]"와아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의 슛이 한국 골망을 가르자, 베트남 선수들은 서로 뒤엉켜 미친 듯이 포효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 승리로 그들은 한국이라는 대어를 낚았을 뿐만 아니라, 기업 회장의 공약대로 무려 총 81억 동(약 4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인생 역전'급 보너스를 챙겼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베트남의 축제 현장이었다. 선수들은 금성홍기를 흔들었고, 관중석은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그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 바로 이 '기적'을 연출한 적장(敵將), 한국인 김상식 감독이었다.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승부차기 승리 직후 베트남 벤치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코치진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갔고 선수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중계 화면에 잡힌 김상식 감독의 모습은 의외였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지도, 선수들에게 달려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침통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81억 동이라는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앉게 된 승장(勝將)의 표정이라기엔 너무나 무거웠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승리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조국에 대한 예우이자 슬픔"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전술(흑마술)이 조국인 한국 축구에 씻을 수 없는 '흑역사'를 안겼다는 사실에, 그는 승리의 기쁨보다 비참함을 먼저 느꼈던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상식호 베트남, U-23 아시안컵 3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김상식호 베트남, U-23 아시안컵 3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뉴시스


김 감독의 침묵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가 한국 축구의 '민낯'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공략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벤치에는 '거미손' 이운재 코치까지 있었다. 한국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두 지도자는 한국의 단조로운 전술과 승부차기 습관을 철저히 분석해 무너뜨렸다.


심지어 베트남은 1명이 퇴장당해 10명으로 싸웠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한국을 꺾었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베트남 밑으로 추락했음을 김 감독 스스로가 '확인 사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승부사의 비애. 베트남 선수들이 4억 5천만 원이라는 돈에 취해 춤을 출 때, 김상식 감독은 한국 축구의 처참한 붕괴를 목격하며 홀로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한국전 승리 후 표정 중계 화면 캡쳐

한국전 승리 후 표정 중계 화면 캡쳐


이날 경기로 베트남 축구는 역사와 부(富)를 모두 챙겼다. 호앙아인잘라이 그룹 회장의 30억 동 공약을 포함해 총 81억 동의 잭팟이 터졌다. 김상식 감독 역시 '국민 영웅' 칭호와 함께 거액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의 굳은 표정은 말해주고 있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음을. 그것은 바로 무너져버린 '아시아 호랑이'의 자존심이었다.

김상식의 침묵은 베트남의 환호보다 더 큰 울림으로 한국 축구의 비극을 웅변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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