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철모자왕’ 깨고 군부 통제 강화한 시진핑… 당 단독으로 군 서열 2위 숙청

조선일보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원문보기

‘철모자왕’ 깨고 군부 통제 강화한 시진핑… 당 단독으로 군 서열 2위 숙청

서울맑음 / -3.9 °
장유샤 낙마 공지서 ‘軍 기율기구’ 이례적으로 빠져
해방군보 “철모자왕 없다”… 성역 없는 숙청 강조
24일 낙마 사실이 공표된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 장유샤./AFP 연합뉴스

24일 낙마 사실이 공표된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 장유샤./AFP 연합뉴스


중국군 서열 2위인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 부주석 낙마 공지는 과거 군부 숙청 때와 달리 당(黨)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10월 중앙군사위 소속 허웨이둥(何衛東)·먀오화(苗華) 등 9명 처분 발표문에는 중앙군사위 기율·감찰기구가 입건 조사를 맡았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지에는 “당중앙의 연구를 거쳐 결정했다”는 문구만 담겼다. 장유샤 척결의 주체에서 군 조직을 통째로 드러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당의 군 통제가 대폭 강화됐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번 공지는 시진핑 집권 초기 대규모 군부 숙청 당시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2014~2015년 중국 군부 내 장쩌민 인맥의 대부로 꼽히던 궈보슝·쉬차이허우 군사위 부주석 낙마 발표 때는 “중앙정치국 회의가 중앙군사위 기율검사위의 조사 보고서를 검토한 뒤 당적 박탈과 군사검찰 이송을 결정했다”고 적시했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당의 권위를 전면에 내세워 군권 통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군 지휘부를 ‘충성파’로 재편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유샤는 2017년 19차 당대회 이후 9년 넘게 중앙군사위 부주석 자리를 지키며 군부 실세로 군림해 왔다. 그는 마지막 남은 ‘훙얼다이(혁명 2세대)’ 출신 군 지도자였고,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 중대장으로 참전한 경력까지 갖춰 상징성이 컸다. 중국군 수뇌부인 중앙군사위가 ‘주석 책임제’ 아래 시진핑에게 최종 지휘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라고는 하지만, 장유샤 같은 원로급 실세의 존재감이 작을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 단독 결정’ 문구를 내세운 장유샤 숙청 결정문을 공개한 것은 군 내부에 훙얼다이를 비롯한 특수 혈통·출신에 대한 예우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해방군보는 사설에서 “‘철모자왕(鐵帽子王)’은 없다”고 했다. ‘철모자왕’은 말 그대로 닳지 않는 철모자를 썼다는 뜻으로, 청(淸)나라 때 작위가 대대로 세습되는 황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정세 분석가 출신인 크리스토퍼 K.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도 장유샤 실각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에 “중국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군 최고 사령부가 완전히 전멸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이 현 지휘부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장유샤 낙마 공지에 군부가 언급되지 않은 이유는 고위급 결재 라인이 이미 정리됐다는 뜻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이 내년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앞두고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 달성을 압박하기 위해 장유샤 숙청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통상 군 고위급 숙청은 처분과 이송까지 한꺼번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입건’ 단계에서 관영 매체를 통해 급박한 홍보전에 나섰다.


장유샤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앙군사위 상장(上將) 진급식에 참석했고, 지난 12일에는 중공 20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이례적으로 불참한 공식 행사는 낙마 발표 나흘 전인 20일에 열린 당의 장관급 간부 대상 4중전회 정신 학습 세미나였다. 장유샤는 지난해 11월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기고문에서 “사상을 스스로 철저히 개조하고, 적폐 확산을 전면적으로 제거하며, ‘이중 인격자(兩面人)’가 되거나 거짓(僞) 충성을 하는 일을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시진핑이 2012년 집권한 이후 낙마한 중국군 장성은 11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군 서열 2위인 중앙군사위 부주석만 해도 궈보슝(2014년 낙마)·쉬차이허우(2015년 낙마), 허웨이둥(2025년 10월 낙마)·장유샤 등 4명이 숙청됐다. 국방부장(장관) 웨이펑허(魏鳳和)·리상푸(李尚福)도 퇴임 직후와 재임 기간에 각각 낙마했다. 최근 1년 사이 옷을 벗은 상장급 인사로는 동부전구 사령원 린샹양(林向陽)과 로켓군 전·현임 사령원 저우야닝(周亞寧)·리위차오(李玉超)·왕허우빈(王厚斌) 등 10여 명이 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