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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만성질환 3배… 집·직장 외 ‘제 3의 공간’ 꼭 필요

조선일보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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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만성질환 3배… 집·직장 외 ‘제 3의 공간’ 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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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가 만난 사람] 1인 가구 109명 인터뷰한 김수영 서울대 교수
'필연적 혼자의 시대' 쓴 김수영 서울대 교수/박성원 기자

'필연적 혼자의 시대' 쓴 김수영 서울대 교수/박성원 기자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 384쪽 | 1만9000원

작년 한국의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우리나라 열 가구 중 네 가구가 나 혼자 산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19년부터 1인 가구를 연구해 23일 ‘필연적 혼자의 시대’(다산초당)를 출간했다. 그는 지난 6년간 109명의 1인 가구를 일일이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Books는 19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1인 가구다.

—왜 사람들이 혼자 사나

“그간 나온 담론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주의 문화 때문에 가족이 부담된다는 것,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 하지만 가족의 부담은 과거가 더 컸다. 부모를 부양해야 했고 아이도 많았다. 지금보다 더 불안정하고 가난했던 과거에 결혼을 더 많이 했다. 세계적으로도 1인 가구는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이 많고 가난한 나라로 갈수록 적다.

1인 가구 증가는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터 근처에 산다. 농업 사회에선 토지 근처에, 제조업 사회에선 공장 근처에 산다. 서비스업 중심의 후기 산업 사회는 공장은커녕 사무실도 없는 플랫폼이 많다. 24시간 세계와 연결되는 시스템이 많아 잠 안 자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더 가볍게 빨리 이동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업이 암묵적으로 가장 권하는 형태가 일에 매진하는 1인 가구다."

—1인 가구가 많으면 왜 문제인가

“몸과 마음이 취약해진다. 규칙적인 생활이 어렵다. 결식률도 높다. 외식을 많이 해 영양이 불안정하다. 만성 질환 발생 확률이 3배 이상 높다.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우울증을 겪을 때 자살 시도가 3배가 된다.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문제는 누적된다. 노인 복지가 시작되기 전인 5060 1인 가구가 가장 취약하다.

특히 고독사는 이제 가난한 소수의 일이 아닌 보편적인 일이 됐다. 나의 사촌 동생은 명문대를 나와 대치동에서 수학 강사를 하며 돈을 잘 벌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1인 가구 프리랜서였다. 바쁠 땐 연락이 잘 안 됐다. 과일을 먹다 쓰러져 3개월 후 발견됐다. 1인 가구 남성이 과일을 챙겨 먹는 것은 삶의 의지다. 건강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고립의 취약성이다.”

신간 '필연적 혼자의 시대'(다산북스)

신간 '필연적 혼자의 시대'(다산북스)


—1인 가구는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고?

“2030이 ‘워라밸’을 중시한다지만 정확히는 일이 아닌 일터와 삶의 분리를 중시한다. 일에는 더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이 늘었고 정규직도 성과 연봉제가 많다. 업무 성과를 위해 집에서도 혼자 일 고민을 안고 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지며 이직과 자기 커리어를 준비한다. N잡러도 많아진다. 퇴근하고 유튜브나 블로그,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남는 시간도 관계에 쓰지 않고 자기 성과 관리에 쓴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돈 많은 중소기업 대표 53세 남성. 빌딩도 있고 명문대 석사도 한 사람이었다. 예능 프로 속 기안84의 삶은 기이한 게 아니다. 이 사람도 집에 TV나 식탁도 없이 침대만 있었다. 바닥에 도마와 햇반과 김이 있다. 몇 년 뒤 집에 의자를 두니 편하다는 걸 알더라. 점점 건강도 나빠져 치아도 망가지고 고지혈증도 왔다.

돈 많은 1인 가구라고 반드시 행복한 게 아니다. 돈을 삶의 질이 아닌 편리함에 쓴다. 돈을 많이 벌어도 배달 음식을 더 자주, 비싸게 시켜 먹는 식이다. 과거 1인 가구의 어려운 점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최근 조사로 올수록 식사 해결,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꼽히고 있다.”

—혼자서 잘 살려면?

“집,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일이나 자기 계발과 상관없는 모임, 교회나 성당, 미용실 다 좋다. 그냥 있어도 되는 공간. 대화가 주된 활동인 곳. 웃음소리가 자주 들리고 편안한 곳.”


박성원 기자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오가는 행인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모습. 그는 혼자서 잘살려면 “집, 직장이 아닌 제 3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박성원 기자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오가는 행인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모습. 그는 혼자서 잘살려면 “집, 직장이 아닌 제 3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이 필요한가?

“결혼이 다는 아니지만 가장 고품질의 사회 자본인 데다 제도화돼 있고 안정적이라 이만한 관계가 없다. 결혼이 어렵다면 가족 대신 식구라도 만들면 된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삶이 중요하다.

일각에선 ‘싱글세’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1인 가구는 이미 내고 있다. 가족 수당, 휴직, 건강검진, 대출 등 여러 곳에서 이미 싱글 페널티를 겪고 있다. 오히려 육아 휴가를 돌봄 휴가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1인 가구가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한 인터뷰이는 ‘좁은 공간은 사람을 무력하게 하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는 소득이 올라가도 원룸에 산다. 투룸만 돼도 삶이 극적으로 변한다. 친구를 초대할 수 있고 빨래방을 가지 않아도 세탁할 수 있다. 요리할 때 냄새도 안 배고 휴식과 일의 공간이 분리된다.


정부의 1인 가구 주거 지원 사업이 닭장 같은 4~5평 원룸에 집중돼 있다. 투룸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방을 각자 쓰되 주방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도 좋다. 독일의 ‘다세대의 집’도 배울 만하다. 보통 폐교나 청소년센터 등을 리모델링해 만든다. 세대 불문 구성원들이 모여 산다. 나이와 출신을 불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석할 수 있다. 8세부터 88세까지 오케스트라를 함께하기도 한다. 혼자 사는 이가 아플 때면 기꺼이 돌보기도 한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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