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당신 옆 동료는 '옵티머스'…270조 원 시장 폭발 D-9년
- 테슬라·현대차 맞붙은 '휴머노이드 전쟁', 한국 부품업계에 날아든 황금알
일론 머스크가 지난 22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던진 질문이다. SF 영화 속 로봇 친구가 아니라, 당신의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공장에서 배터리를 나르는 '진짜 일하는 로봇' 이야기다. 머스크는 "2027년 말이면 일반인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 수 있다"고 선언했다. 가격은 2만~3만 달러(약 2,800만~4,200만 원). 한국 중형차 한 대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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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경제성이다. 10만 달러짜리 로봇을 5년간 하루 24시간 가동하면 시간당 인건비는 약 5.71달러(약 8,200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근로자의 최저 임금이 10,300원 임을 감안한다면 약 20%가 낮음 금액이며, 미국 창고 노동자의 시급 28달러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휴일도 없고, 야근 수당도 필요 없다. 머스크가 "로봇이 인간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언한 이유가 여기 있다.
■ 8경 원 시장의 폭발, 숫자로 보는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15억 달러(약 2조 원)였던 시장이 2035년 378억 달러(약 56조 원)로 2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 38.5%다.
더 과격한 전망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5년 시장 규모를 60조 달러(약 8경 원)로 예측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최대 2,000억 달러(약 2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기관마다 추정치가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휴머노이드가 활용될 산업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하량 전망은 더 구체적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30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25만 대를 돌파하며 연평균 69.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 2만 대에서 2035년 138만 대로 늘어나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연간 140만 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한국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국내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2024년 1,000대 수준에서 2035년 71만 7,000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기에는 물류와 제조업이 주 무대지만, 점차 의료·서비스·가정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산업별 격전지, 누가 먼저 로봇을 쓸까
투자분석기업 CB인사이트가 전 세계 21개 휴머노이드 기업의 목표 산업을 조사한 결과, 제조·물류·소매·의료 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 산업이 이미 자동화 수요가 크고, 인건비 절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류 분야는 가장 빠르게 휴머노이드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같은 거대 물류센터는 이미 AMR(자율이동로봇)을 대규모로 사용 중이다. 여기에 사람처럼 물건을 집고 계단을 오르는 휴머노이드가 더해지면 작업 효율은 극대화된다. 골드만삭스는 물류 분야가 초기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제조업에서는 테슬라가 선봉에 섰다. 현재 프리몬트 공장에서 옵티머스가 배터리 이송 작업을 수행 중이다. 물론 작업 효율은 일반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머스크는 "올해 말에는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BYD는 2026년 2만 대의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의료 분야도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의료용 휴머노이드 시장은 2023년 20억 달러에서 2032년까지 연평균 16.9% 성장할 전망이다. 수술 보조, 재활 치료, 고령자 돌봄 등이 주요 활용 분야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용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식물에 물 주고, 장을 정리하고, 아이를 돌보는" 가사 도우미로 마케팅하고 있다. 가격이 2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 중산층도 구매 가능한 범위가 된다. 머스크는 "누가 매우 안전한 로봇이 아이를 돌보고 애완동물을 돌보는 것을 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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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선택, 속도 vs 완성도
이 거대한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의 최전선에 한국이 있다. 지난 1월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전동식 신형 '아틀라스'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테슬라 옵티머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로봇의 전략은 판이하게 다르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빠른 시장 점령'에 집중한다. 키 173cm, 무게 56kg로 경량 설계했고,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공유해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췄다. 2.3kWh 배터리로 하루 종일 작동하며, 시속 8km로 이동한다. 3세대 모델에서는 걷는 속도가 30% 빨라졌고 발가락 관절까지 추가됐다. 프리몬트 공장을 '실험실'로 삼아 실전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략이다.
현대차 아틀라스는 '완벽한 성능'을 우선한다. 키 188cm, 무게 90kg로 옵티머스보다 크고 무거우며, 티타늄과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됐다. 영하 30도에서 영상 45도까지 작동하는 환경 적응력, 방수 기능, 배터리 자동 교체 시스템을 갖췄다. 동적 균형 알고리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상용화 시기는 2028년으로 테슬라보다 늦지만, 기술적 완성도에서 앞선다.
업계에서는 "옵티머스는 100대를 빨리 만드는 전략, 아틀라스는 1대를 완벽하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요약한다. 테슬라는 대량 생산과 AI 학습 데이터 확보에, 현대차는 물리적 신뢰성과 정밀 제어에 강점을 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13일 테슬라에서 옵티머스 개발을 이끌었던 밀란 코박(Milan Kovac)을 영입하며 '양날의 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테슬라의 대량 생산 노하우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을 결합하겠다는 의도다.
■ 한국 부품업계에 떨어진 황금알
휴머노이드 시장 확대는 국내 부품 기업들에게는 돈방석에 앉을 기회다. 휴머노이드 원가 구조를 보면 액추에이터(관절·촉각·손 관련 구동장치)가 61%를 차지한다. 센서가 37%(2만 달러), 스크류(감속기) 20.2%(1만 1,000달러), 모터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로봇 액추에이터 기술은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수준이다. 향후 7년간 연평균 80%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뉴로메카, 에브리봇 같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도 거대하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2050년 휴머노이드 시장이 5조 달러(약 7,396조 원)에 이를 경우, 관련 배터리 시장은 150조 원 규모로 성장한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같은 한국 삼원계 배터리 업체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옵티머스는 52V 규격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전문 분야와 정확히 일치한다.
카메라 모듈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기는 테슬라 옵티머스용 카메라 모듈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머노이드는 한 대당 최소 6~8개의 카메라를 탑재하므로, 시장 규모는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향후 5년간 로봇 산업에 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연간 6,000억 원 수준으로, 중국의 대규모 투자(연간 수조 원)에 비하면 적지만 휴머노이드 부품과 플랫폼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항공·의료·자동차·조선·물류 등 여러 산업에 휴머노이드를 실증 투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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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현실
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언제나 돌다리도 두들겨야 한다. 머스크 스스로 옵티머스와 사이버캡의 초기 생산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테슬라 공장에서 배터리를 나르는 옵티머스의 작업 효율은 일반 근로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술적 장벽도 여전히 높다. 인간 손의 정밀한 촉각과 자유도를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전동 모터 기반 액추에이터는 힘은 낼 수 있지만 속도에 한계가 있다. 배터리 용량도 로봇의 크기와 무게 제약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의 20~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많은 시연 영상에서 옵티머스가 원격 조작이나 사전 프로그래밍으로 작동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MIT 연구실 관계자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제 기술 수준은 장밋빛 전망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완전 자율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다보스 포럼에서 "매우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 그리고 기능의 범위가 매우 높다고 확신할 때" 일반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2027년 말 시판 계획은 목표일 뿐, 실제로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사이버트럭 출시 등에서도 일정을 여러 차례 연기한 전력이 있다.
■ 일자리 대란인가, 새로운 기회인가
"2030년쯤이면 AI가 인류 전체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다." 머스크가 다보스에서 한 또 다른 예언이다. 그는 "로봇과 AI가 모두를 위한 풍요로 가는 길"이며 "세계 빈곤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우려한다. 시급 8,200원짜리 로봇이 대량 투입되면 물류·제조·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대로 새로운 일자리도 생긴다. 로봇 설계, 프로그래밍, 유지보수, 데이터 분석 등 고부가가치 직종이 늘어난다. 문제는 단순 노동자들이 이런 직종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교육과 재훈련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자랑한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932대로 세계 1위다(국제로봇연맹, 2023년 기준). 하지만 대부분 산업용 로봇이고, 휴머노이드는 아직 초기 단계다. 초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를 겪는 한국으로서는 휴머노이드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해법이 될 수도 있다.
■ 2026년, 로봇 전쟁의 원년
2026년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올해 말부터 3세대 옵티머스의 본격 생산에 들어가고, 중국 BYD는 2만 대를 공장에 투입한다. 현대차는 2028년 아틀라스 상용화를 목표로 마지막 기술 검증에 들어갔다.
시장은 이미 뜨겁다. 한국에서는 '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 로봇산업 ETF'가 2025년 한 해 동안 192% 급등했다. 휴머노이드 밸류체인 15종목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하지만 과열은 경계해야 한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2000년대 초 나노기술 광풍처럼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분명 성장하겠지만, 그 속도와 규모는 기술 발전, 경제성 확보, 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 변수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0년 후 우리 주변 풍경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편의점 직원이 로봇이고, 택배를 로봇이 배달하고, 병원에서 로봇이 노인을 돌보는 시대. SF가 아니라 현실이 될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당신은 준비됐는가? 로봇 동료와 함께 일할 준비, 그리고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낼 준비가.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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