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보대출 1위 KB 제쳐… 공격적 중기 대출
- 4대 은행 ‘LTV 담합’으로 2720억 과징금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중소기업 대출에 공격적으로 영업해 온 하나은행의 행보가 ‘과징금 1위’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의 LTV(담보인정비율) 담합에 대해 총 2700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가장 큰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을 제치고 하나은행이 최다액을 부과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1일 하나·국민·신한·우리은행이 LTV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활용해 부동산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했다며 합계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정 명령도 함께 내렸다.
공정위는 이들 4개 은행이 2022년 3월 무렵부터 2024년 3월까지 LTV를 비롯해 가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경쟁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LTV 비율을 조정했다며 이를 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전체 LTV(60.5~63.3%)는 비담합 은행 평균보다 7.5%p 낮았으며, 공장·토지 등 비주택 부문의 격차는 8.8%p까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은행들의 담합으로 인해 결국 돈을 빌린 기업이나 개인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재 기간은 민감한 정보를 교환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한 것도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명확히 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2021년 12월 이후의 행위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과징금은 각 은행이 담합의 효과로 이뤄낸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 수익(매출액)에 4%를 곱한 값으로 산정했다.
공정위가 산정한 관련 매출액은 하나은행 2조1000억원, 국민은행 1조7000억원, 신한은행 1조5000억원, 우리은행 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른 과징금은 각각 하나(869억원), 국민(697억원), 신한(638억원), 우리(515억원)으로 정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국민은행이 5조7600억원으로 가장 많다는 점이다. 이어 하나(5조1080억원), 신한(4조7970억원), 우리(4조5730억원)은행 순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은 정부가 정한 LTV 규제가 강하게 적용돼 은행간 정보 거래가 담합 효과가 없다는 판단하에 매출액 산정에서 빠졌다. 당초 조 단위로 예상됐던 과징금 규모가 2700억원대로 대폭 줄어든 이유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법 위반 기간 발생한 이자 수익 중 정보교환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되는 부분만을 포함했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LTV가 적용돼 은행의 자체 담보인정비율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대출 등은 매출액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과징금 화살은 조사 기간 중 신규 취급된 '중소기업 담보대출'로 향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발맞춰 중기 대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하나은행이 정작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42조 6,22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SOHO) 대출 비중은 약 41%에 달한다. 앞서 하나은행은 2022~2023년 기업 금융 역량을 결집해 대출 규모를 키우며 연간 당기순이익 기준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나은행을 포함한 4대 은행은 난색을 표하며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은행간 정보교환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담합이 아니며, 부당한 이익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업대출은 특성상 담보보다 사업성이나 현금 흐름 등 신용평가를 주로 보는데 담보비율 산정을 이유로 중소기업 금융 접근성이 침해당했다고 보는 것은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반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규정하고 소비자 실익 침해 여부를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번 제재로 향후 LTV를 더욱 보수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지방 및 중소기업 대출 공급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면, 행정소송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아 입장을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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