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Cover Story]
베네수엘라 작전으로 본 美 최첨단 무기들
반구 넘어 지구를 향하는 미국의 야욕
베네수엘라 작전으로 본 美 최첨단 무기들
반구 넘어 지구를 향하는 미국의 야욕
그래픽=김의균. Gemini |
“RQ-170 센티넬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할수록 우리의 임무 수행 역량이 떨어질 뿐입니다. 우리가 이 기종의 활동 지역, 작전 시기, 기능, 통신 시스템 등 정보를 비밀에 부치는 이유입니다.”
RQ-170 부대를 지휘했던 미군의 휴스턴 캔트웰 예비역 준장은 미 군사 전문지 에어앤스페이스포스매거진에서 이렇게 말했다. RQ-170 센티넬은 미 공군과 중앙정보국(CIA)이 운용하는 스텔스 정찰용 무인기(UAV)로, 그동안 투입된 작전이나 구체적인 제원이 극비인 미국의 ‘비밀 병기’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 작전 직후, 이 비밀 병기가 푸에르토리코 해군 기지에 착륙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투입 사실이 알려졌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베네수엘라 작전의 숨은 MVP” “칸다하르의 야수가 돌아왔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공항에서 최초로 목격된 RQ-170 센티넬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해당 항공기가 마두로 대통령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 결정적 활약을 펼쳤다고 알려지면서,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생포할 수 있는 미군의 기술력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2024년 군비 지출 9970억달러(약 1470조원). 2위 중국(3140억달러)의 3배이자, 올해 한국 정부 예산의 2배를 국방비로 쓰는 압도적 군사대국의 이번 베네수엘라 작전을 지켜본 방산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들은 “미국의 군사력은 화력을 넘어 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력을 통합 지휘하는 시스템의 힘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베네수엘라 침공이 포탄보다 데이터가, 군대보다 네트워크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미래 전쟁의 양상을 바꾼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단 평가다.
미국은 이번 작전으로 방산 관련 하드웨어(전통 무기)와 소프트웨어(시스템) 모두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여줬다. 이미 2024년 기준 전 세계 100대 방산 기업 가운데 39곳이 미국 기업이고,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도 미국의 점유율이 43%(최근 5년 기준)에 달하고 있다. 국제 질서가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WEEKLY BIZ가 이번 베네수엘라 작전을 통해 드러난 미군의 최첨단 병기와 미국의 야욕을 들여다봤다.
◇첩보전에 등장한 최첨단 비밀 병기
미 동부시각 기준 2일 밤 10시 46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개시를 명령하자, 전투기와 헬기 부대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밤하늘을 덮쳤다. 야간 작전에 특화된 MH-47 치누크 헬기는 마두로 대통령의 은신처 상공에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 요원 80여 명을 침투시켰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F-22 등은 순식간에 적군의 주요 시설을 무력화했다. 명령 개시로부터 약 2시간 30분 후인 이튿날 새벽 마두로 대통령은 체포됐다.
/그래픽=양진경 |
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배경에는 현존 최고 수준의 무인 정찰기로 불리는 RQ-170 센티넬이 있었다. 캔트웰 준장은 “이 기종의 존재 이유는 전적으로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적군의 통합 방공 체계를 뚫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며 “은밀한 정보 수집과 정찰의 가치는 이미 전장에서 수차례 입증됐다”고 했다. 정보가 생명인 현대전(現代戰)에서 적군의 감시망을 피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필수인데, 미군은 RQ-170 센티넬이라는 ‘유령 드론’ 덕에 작전 개시 전부터 절반은 성공했다는 것이다.
◇‘먹통’ 된 베네수엘라 방공망
RQ-170 센티넬이 베네수엘라 군의 눈을 피해 활약했다면 EA-18G 그라울러는 적군의 눈을 멀게 했다. EA-18G 그라울러는 적의 레이더·통신 등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는 전자전(電子戰) 전용 항공기다. 방공망의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해 목표물에 맞고 반사된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항공기를 탐지하는데, EA-18G 그라울러는 고출력 주파수나 잡음으로 레이더의 신호를 포화시키는 등 재밍(전파 교란)을 한다. 결과적으로 적군의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짧아지거나 항공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번 작전에서도 EA-18G 그라울러가 베네수엘라 방공망의 주축인 러시아산 S-300 등을 무력화해 ‘먹통’으로 만들었다.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은 지난 3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반구 전역에서 150대 이상의 항공 자산이 동원돼 긴밀한 협조 아래 작전이 진행됐다”며 “부대가 카라카스에 접근하기 시작하자 공군 부대가 베네수엘라의 방공 시스템을 해체·무력화했고, 헬기들이 목표 지역으로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EA-18G 그라울러와 같은 전자전 무기가 적군의 방공망을 마비시켜 항공기 부대의 무사 침투가 가능했단 뜻이다.
방산 전문가들도 전자전 전력이 이번 작전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작전을 사전 준비, 침공 초기, 작전 수행 등 세 단계로 나누면 미국의 기술적 우월성은 침공 초기에 두드러진다”며 “당일 미군 전투기 수십 대가 베네수엘라 상공을 넘었고, 소셜미디어에도 관련 영상이 나돌았지만 정작 베네수엘라 군의 레이더는 아무런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강력한 대공 무기를 장착했다고 해도 전자전 공격으로 센서를 무력화해 버리면 소용이 없다”며 “기술력이 전투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F-35, F-22 등 미군 스텔스 전투기의 은밀 침투 역량도 한몫했다. 레이더로 돌아오는 전파 반사 면적을 줄여 탐지를 최소화하는 스텔스 전투기들은 이날 적군의 방공망이 무력화된 틈을 타 적군의 항공기를 제압하고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를 타격하는 등 공중을 완전 장악했다. 미 군사 전문지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이번 작전을 두고 “F-35는 첨단 스텔스 기능, 탁월한 전자전 능력, 그리고 적 레이더 신호를 수집하는 독자적인 수동 센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공중 방어망 제압 임무에 최적화된 항공기”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 작전에 F-35 등 스텔스 전투기가 공중을 장악해, 수십 명의 특수부대원을 실은 헬기와 주요 공격 무기였던 B-1 랜서 폭격기 등이 무사히 작전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F-35와 F-22 전투기의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은 WEEKLY BIZ에 “최근 미군의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미 국방부의 몫”이라면서도 “F-35 전투기는 현재 미국·영국·이스라엘·한국 등 20국이 사용하고 있으며 전장 하늘을 지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美, 최고 무기는 ‘시스템의 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군의 진짜 무서움은 다양한 전쟁 물자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의 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방산 대기업 관계자는 “공격을 받고도 무사 복귀한 MH-47 치누크 헬기의 피탄 능력이나 수많은 실전을 거친 특수부대 요원의 전투력은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이번 작전에선 전장을 한눈에 파악하면서 원격으로 작전을 이끌어나가는 미군의 전투 지휘 시스템의 역량이 돋보였다”며 “아무리 많은 최첨단 무기가 있어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실시간 대응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특히 조기경보통제기 E-2D 호크아이는 각종 항공기와 지휘체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며 미군 전투 지휘 시스템의 ‘신경망’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해외에서도 미군이 가진 ‘시스템의 힘’을 눈여겨 본다. 이스라엘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는 “현대 전쟁의 승패는 국가가 보유한 무기의 양보다는 그 무기를 운용하는 군대의 정교함, 통합 능력, 그리고 준비 태세에 달려 있다”며 “외국에서 공급받은 시스템에 의존했던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조직적이고 다(多)영역적인 공격에 맞설 수 없었다”고 했다.
중국과 비교해도 압도적 역량이라는 평가도 있다. 알렉산더 황 대만 담강대 교수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고문에서 “미국 특수작전부대는 카라카스에 착륙하기도 전에 완전한 영역 장악을 달성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려면 첨단 하드웨어 시스템뿐만 아니라, 아직 연습 단계에 있는 분산형 지휘 체계와 군 통합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첨단 무기 보유량이나 군인 수만이 아니라 무기와 센서 등 각종 전쟁 물자를 한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 운용 역량이 미국의 군사력을 뒷받침한다는 얘기다.
이번 작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에너지 지향성 무기’를 비롯한 비밀 무기의 실체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최근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베네수엘라 경호원 인터뷰를 인용해 “미군이 고출력 에너지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수년 동안 보유해 왔고, 이를 실전에 처음 사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경호원들은 미군 공격 당시 코에서 피를 흘리거나 각혈을 했는데, 에너지 지향성 무기가 출혈이나 운동 능력 상실, 화상 등 비슷한 증상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이미 방산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선두를 차지한 미국은 방산 분야 투자를 늘려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미 국방부 예산 요구안에 따르면, 미군은 F-22 전투기 예산을 지난해 16억5040만달러에서 올해 20억1410만달러, E-2D 조기경보통제기는 5억8400만달러에서 21억2410만달러 등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같은 방산 제품 조달(Procurement)과 연구·개발·시험&평가(RDT&E)를 합한 국방 투자액이 전체 국방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33%에서 올해에는 40.0%에 이를 전망이다.
◇美, 서반구 완전 장악하나
군사력 세계 최강의 미국은 무력을 동원한 영향력 행사를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침공을 감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세계 최대 석유 매장지인 베네수엘라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심지어 서반구(지구의 서쪽 반쪽)에서 유럽을 몰아내고 미국 우위를 주장한 1820년대 ‘먼로주의’를 재해석한 도널드 트럼프의 ‘돈로주의(도널드+먼로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서반구 정책 노선을) 사람들은 ‘돈로주의’라고 부른다. 우리는 먼로주의를 잊어버렸지만 더 이상 잊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에서 서반구에서 미국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를 민주주의의 안전지대에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필요로 하는 천연자원 및 기타 전략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먼로주의’를 부활시켰다”며 “‘돈로주의’라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역 패권 재건 계획은 아르헨티나·칠레·에콰도르·볼리비아에서 친미 세력이 득세하는 시점에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며 당분간 친미를 내세우는 정당과 인물들이 각 지역에서 실권을 잡으면서 미국의 지배력도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미 동맹국 사이에서도 트럼프의 야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레이첼 엘레후스 사무총장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유럽 안보에 큰 관심이 없고, 군사력과 법 집행 역량을 서반구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며 “트럼프가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을 ‘재확립하고 강화’하려고 했듯, 가능성은 낮지만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 여지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북극의 안보를 위협하고 나토 동맹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은 트럼프의 야심이 서반구에 머물러 있지만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등 다른 지역까지 넘어올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도 사정권 안으로
미 국방력의 끝판왕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 돔(Golden Dome·우주에 기반한 센서와 요격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골든돔은 지상·해상에 있는 방공망으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존 방어 체계를 넘어 우주에 떠 있는 위성을 활용해 미사일 공격을 탐지·차단하는 것으로, 국제 안보 환경에 새로운 긴장요소로 떠올랐다.
현재 미 국방부는 올해 예산에 250억달러를 편성해 골든돔 구축에 필요한 위성망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미국이 ‘우주 전쟁’의 서막을 열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골든돔이 계획대로 완성된다면 미국은 본토 공격에 대한 걱정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있게 된다”며 “미국은 골든돔 구축을 위한 전통적인 방산 무기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구적 방어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륙에 있는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 입장에서 오늘날 한국은 안보 협력의 ‘회색 지대’에 있는 만큼 골든돔 연대에 합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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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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