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혈액 속 알부민 채워준다고?… “먹는 알부민 광고는 ‘사기’나 마찬가지”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원문보기

혈액 속 알부민 채워준다고?… “먹는 알부민 광고는 ‘사기’나 마찬가지”

서울맑음 / -3.9 °
먹거나 마시는 알부민은 일반 식품
최근 알부민을 내세운 제품의 광고와 홍보가 온라인과 홈쇼핑, 소셜미디어(SNS), 일부 건강 관련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거 확산되고 있다. 병원 진료실에서도 환자들이 알부민 복용을 의사에게 문의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알부민 열풍’에 대해 의약 전문가들은 계란 흰자위 등 단백질 원료로 만든 식품을 마치 의약품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고 말한다.

상당수 알부민 제품 선전은 의사나 한의사, 방송인이 등장하여 혈장 알부민 기능을 자세히 설명하며 전면에 내세운다. 혈장은 핏속에 혈구를 제외한 액체 성분을 말한다. 이런 혈장 속 알부민은 혈액 내 가장 풍부한 단백질로, 영양소나 호르몬 성분을 세포에 전달하거나,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알부민 제품 선전은 이런 혈장 알부민이 나이 들거나 기력이 떨어지면 감소하니, 먹는 알부민을 복용하라고 한다. ‘식약처 인증’, ‘흡수율 최대’ 등을 내세워 먹거나 마시는 알부민은 일반 식품임에도 마치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 성분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먹는 알부민이 혈장 알부민을 채운다고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그런 맥락으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의약전문가들은 혈장 알부민과 식품 알부민은 별개라고 말한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A교수는 “혈장 알부민은 간에서 합성되어 혈액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식품 알부민 섭취와 관련이 없다”며 “식품 알부민은 장에서 일반 단백질처럼 아미노산 형태로 분해되어 흡수될 뿐 먹은 알부민이 혈장 알부민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신장내과 B교수는 “혈장 알부민 농도가 정상 범위 밑으로 낮아지는 경우는 간경화나 투석할 정도의 만성신부전 등 중대한 질병이 있을 때”라며 “인간은 유전자적으로 혈중 알부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심각한 영양실조가 아니라면 혈중 알부민이 낮아지는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달걀이나 고기를 통상적 수준으로 섭취한다면, 식품 알부민을 굳이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약사들은 일반 식품으로 사용되는 알부민과 의약품으로 쓰이는 알부민 주사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알부민 주사제는 혈장에서 분획·정제한 알부민을 투여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중증 저알부민혈증이나 대량 출혈, 간질환 등 특정 적응증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여하게 된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소비자들은 혈장 알부민 효능 효과를 차용한 식품 알부민 광고에 속아 제품을 구매하고, 그에 맞는 효능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며 “시중 알부민 제품들이 내세우는 광고나 선전은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식약처가 식품 알부민 기능을 호도하는 광고와 의료인에 대해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