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자율주행 실증 도시 선정
현대차의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차, 그래픽=양인성 |
광주광역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 실증 도시’로 지정됐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우한처럼 광주 전역에 자율주행차 200대가 운행될 예정이다.
21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율주행 실증 도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이번에 광주 전체를 자율주행 시범 운행 지구로 지정하기로 했다. 미국·중국 등과의 자율주행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자율주행 업계는 미국 웨이모와 테슬라, 중국 바이두 등이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은 경쟁력 평가 순위(가이드 하우스)에서 10위권 밖에 있다. 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전제인 ‘누적 실증 거리’ 역시 웨이모 한 회사가 1억6000만㎞에 이르지만, 국내 기업은 전체를 모두 합해도 1306만㎞에 불과하다. 미·중이 일찌감치 도심 등 자율주행 시험에 나선 결과다.
국내에도 17개 시·도 55곳에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지구가 조성돼 있지만, 미·중에 비해 거리가 짧고 규제도 많아 기술 증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도시 단위 운행 지구 지정과 규제 완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미국·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성인이라면 우리는 초등학생”이라며 “이번이 자율주행 기술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정부가 많은 도시 중 광주를 자율주행 실증 도시로 선정한 건 도로의 특성 때문이다. 국토부 측은 “광주는 인구가 130만명에 이르는 대도시이면서도, 도농(都農) 복합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환경에서의 실증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토부는 공모를 통해 3개 안팎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을 오는 4월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 기업에는 기술 수준에 따라 실증에 사용될 자율주행차 200대가 차등 배분된다. 단순 차량 지원뿐 아니라 선정된 업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차량 제어 기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차량 제어 인터페이스(API)도 제공한다. 그동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가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제어하는 게 불가능해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또 국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보유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 200장(엔비디아 H100)을 활용해 참여 기업의 AI 학습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엔드투엔드(E2E) 방식 기술 개발의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2E는 기존의 규칙 기반 차량 제어 방식과 달리,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행 환경을 종합적으로 유연하게 판단해 차량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규제 장벽도 낮춘다. 광주 전 지역에선 자율주행 업체가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원본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행하면서 주변 영상을 촬영해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사생활 침해 문제로 사람 얼굴 등을 업체들이 일일이 지워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업계에선 사업 규모 등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자율주행이 갖는 중요성에도, 국내 기술 개발은 대부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사업에도 이런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만큼 더 과감한 기업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초 국토부는 복수의 실증 도시를 선정하려 했지만, 예산 등 문제를 이유로 광주 1곳만 뽑았다. 광주엔 이미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지구가 지정돼 있지만,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해 국토부 평가에서 최하인 ‘E(미흡)’ 등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올해 지방선거를 의식한 발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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