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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트럼프 ‘그린란드 병합’ 명분으로 내세운 차고스 제도는 어디

조선비즈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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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트럼프 ‘그린란드 병합’ 명분으로 내세운 차고스 제도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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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병합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이에 반대하는 영국에 차고스 제도 반환을 놓고 맹공을 펼치면서, 차고스 제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미 해군이 공개한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 기지 사진 / AP=연합

미 해군이 공개한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 기지 사진 / AP=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충격적이게도 우리 ‘멋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영국이, 중대한 미군 기지가 있는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모리셔스에 넘길 계획”이라며 “영국이 이렇게 극히 중요한 땅을 내주는 것은 대단히 멍청한 행동이며, 이것이 바로 그린란드를 취득해야 할 수많은 이유 중 하나”라고 적었다.

차고스 제도는 인도양 중앙에 위치한 군도로, 모리셔스에서 북동쪽으로 16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체결된 파리 조약에 따라 1814년 모리셔스와 함께 이 섬들을 차지했다. 이후 1965년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리했으며, 이에 19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한 뒤에도 차고스 제도는 영국령으로 남았다.

영국과 미국은 냉전 시기인 1971년, 소련의 지역 내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에 주요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CNN에 따르면 이 기지는 미국의 가장 중요하고도 비밀스러운 해외 자산 가운데 하나로, 두 차례의 이라크 침공을 지원한 바 있다. 또한 아시아 전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폭격기들의 핵심 착륙 지점 역할을 했으며, 미국의 불법 송환 작전과도 연관되는 등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모리셔스는 수십 년간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며 국제 재판소를 통해 소송을 이어왔다. 이에 2019년 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에 키어 스타머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는 대신 제도 내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군사기지를 최소 99년간 통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영국은 디에고 가르시아 군사기지를 임차하는 대가로 모리셔스에 매년 1억100만 파운드(약 1998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스타머 정부는 지난해 초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한 뒤 해당 임대 협정을 체결했으며, 당시 미국 국무부도 워싱턴이 영국과 모리셔스 간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중국과 러시아에는 “완전한 나약한 행위”로 비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영국이 차고스 제도의 통제권을 포기한 것이 “그린란드를 획득해야 하는 수많은 국가 안보적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지만, 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차고스 제도 반환 협정은 영국 의회 양원에서 철저한 심의를 거쳐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로 영국 우파 정치권의 여당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의 오랜 지지자이자 정치적 동맹인 나이절 패라지 리폼 UK 대표는 “영국은 차고스 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이제 미국은 (차고스 제도를 양도한) 우리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의 케미 바데노크 대표도 “차고스 제도를 포기하는 대가로 돈까지 지불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멸 행위”라고 비판했다.

CNN은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가 스타머의 합의안에 반대하는 것은 두 지도자의 세계관 충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법은 필요 없다”고 답한 것을 언급하며 “스타머는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양도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는 그러한 제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BBC 방송은 “(양국의 의견 대립은) 이것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다”며 “영국 정부가 새로운 중국 대사관 건립을 승인한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다시 자극하는 다음 계기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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