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2조원이라더니… 공정위 4대 시중은행 LTV 담합에 과징금 2720억원 부과, 은행은 반발

조선일보 김승현 기자
원문보기

2조원이라더니… 공정위 4대 시중은행 LTV 담합에 과징금 2720억원 부과, 은행은 반발

서울맑음 / -3.9 °
서울 시내에 있는 시중은행 ATM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있는 시중은행 ATM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LTV·부동산 가격 대비 대출금 비율)을 담합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에 대해 21일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다. 이 은행들이 LTV 정보를 서로 공유해 다른 은행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고,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이나 기업 등 대출을 희망하는 이들이 충분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난 2021년 12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담합 행위 금지의 첫 제재 사례이기도 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 은행들의 실무 담당자들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최소 736건에서 7500건에 달하는 각 은행들의 LTV 정보 전체를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교환했고, 자신들의 LTV 조정에 이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들의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 리스크가 커져 하향 조정하고, LTV가 낮을 경우 대출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지니 LTV를 높여 영업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으로 각 은행은 영업 경쟁을 회피하고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했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은 거래 은행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봤다. 지난 2023년 기준 LTV 담합에 참여한 4개 은행과 비담합 은행(기업은행·농협은행·부산은행)의 LTV 평균을 비교했을 때, 전체 LTV 평균 값은 담합 은행이 62.05%, 비담합 은행이 69.52%로 담합 은행이 7.5%포인트가량 낮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즉, 정보 교환 담합으로 이들 은행의 LTV가 비담합 은행보다 낮아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차주들은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등 대출 거래 조건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들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로 판단하고 4개 은행에 행위 금지 명령과 총 2720억1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각 은행별 부동산 담보 대출 이자수익 중 은행의 LTV 담합 행위로 영향을 받은 이자 수익 총 6조8000억원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하고 일정 비율(4%)을 적용해 과징금을 매겼다. 은행별로는 515억~869억원 가량이 부과됐다.

다만, 공정위는 정부에서 정한 LTV가 적용된 대출 거래는 거래 조건이 똑같을 수밖에 없어 담합의 효과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이를 통해 발생한 이자 수익은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최대 2조원으로 추정되던 과징금의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과징금 결론은 지난 2023년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금융사의 과도한 지대 추구를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이후 공정위 조사와 재조사 등을 거쳐 3년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은행들은 공정위의 이 같은 결론에 반발하며 행정소송 검토에 나섰다. 은행들은 이 행위가 담합이 아니고 위험 관리나 시장 조사 차원의 정보 교환에 불과하다고 반발해왔다. 또한 LTV를 올리면 오히려 대출이 늘어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어 LTV를 낮게 맞춘 것은 은행 수익에 도움 안 되는 구조인 만큼 담합의 성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승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