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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근로자 추정 법’, 한국밖에 없는 법 양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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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근로자 추정 법’, 한국밖에 없는 법 양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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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배달 라이더는 물론 보험 설계사·택배 기사·학습지 교사·캐디·대리운전 기사 등 870만명을 근로자로 추정하는 입법을 5월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보험 설계사나 캐디 등 특수고용노동자(특고)나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자냐 사업자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이들을 일단 모두 노동자로 추정하고 분쟁이 생길 경우 노동자가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 요구사항을 또 하나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고·플랫폼 노동자 상당수는 실질적으로 근로자인데도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프리랜서 또는 사업자로 계약을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업종마다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큰 혼란이 생기고 분쟁이 늘어 소송 대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모든 형태의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주 52시간제를 적용해야 한다. 사업주 부담이 최저임금 급속 인상 때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사업자 부담이 늘어나면 그렇지 않아도 AI 도입과 키오스크 설치 등으로 줄어드는 일자리의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또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하청 노조 수천 곳이 사측과 분리 교섭을 진행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쪽으로 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두 달 만에 일부 조항을 하청 노조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노동 관계법은 노사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이 정부는 균형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이어 근로자 추정제도 세계적으로 입법 유례가 없는 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근로자 추정제 입법에 대해 “우리 입법과 유사한 수준의 선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근로자 규모,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나 검증도 없이 일단 노동계 요구라면 들어주고 보는 것이다. 노동 유연성이라는 단어는 현 정부에서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이런 막무가내식 노동 정책으로 기업 발목을 잡는 곳은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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