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최영미의 공놀이, 세상놀이] [2]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축구가 주는 해방

조선일보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원문보기

[최영미의 공놀이, 세상놀이] [2]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축구가 주는 해방

속보
트럼프 "알래스카 천연가스 사업, 韓日덕에 전례없는 자금 확보"
2026 월드컵 조추첨

2026 월드컵 조추첨


축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야구장 관중 수는 최근 신기록을 경신했다고 하는데, 야구에 밀려 축구가 대한민국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걸까? 23세 이하 아시안컵 축구를 지상파 방송에서 중계하는 나라에서 축구의 인기가 식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백가온 선수가 넣은 환상적인 발리킥은 한 나라의 자존심과도 같은 골이었다. 이런 골이 터지면 상대 선수들은 기가 죽는다. 손흥민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를 책임질 공격수로 백가온을 키워야 한다.

최근 아시아 축구가 많이 성장했다. 이운재 등 한국 코치들이 합류한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나는 열렬히 응원했다. 베트남 선수들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골키퍼의 순발력도 인상적이었다. 냉정한 관객으로 축구를 보기보단 어느 한 편을 응원하며 경기를 보는 게 훨씬 재밌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애정하며 사는 삶이 더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듯이.

세계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공놀이는 축구. 단일종목 국가대항 경기인 축구를 대신할 스포츠는 없다. 국가대표팀 경기에 관중이 예전처럼 몰리지 않는다 해도 나는 안다. 6월이 되면 이 나라는 축구 때문에 잠 못 이루리라. 한국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우리 시간으로 오전에 열려 카타르 월드컵 때처럼 치킨 가게의 매상이 오르지 않고 맥주 판매량도 지지부진할 거라며, 조 추첨이 끝난 뒤부터 치킨집 사장님의 인터뷰 기사가 쏟아지는 나라에서 축구를 안 본다고?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진출 팀이 32국에서 48국으로 늘어 이변이 속출할 것이다.

경기 수가 늘어 더 오래 즐길 수 있어 좋다. 더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기쁨을 누리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도 월드컵 기간에 총성이 멈추기 바란다. 지난 12월, 월드컵 조 추첨식 중계를 보다 열 받아 TV 전원을 껐다 다시 켰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FIFA 회장 인판티노의 아부는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수준이었다. 트럼프가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주는 ‘FIFA 평화상’을 받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새해 벽두부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했다. 독일에서는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을 계속하면 미국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이 과연 제대로 치러질지. 예측 불가능한 시대, 그래서 더 우리는 공놀이에 열광한다. 공놀이에 몰두하는 동안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으니까.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