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장에 “더 민첩한 국제평화기구 필요” 명시
10억달러 출연 시 임기 무제한…유엔 견제 구상 논란
10억달러 출연 시 임기 무제한…유엔 견제 구상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사후 관리를 명분으로 추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위원회’가 가자를 넘어 전 세계 분쟁 지역을 포괄하는 국제기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실상 유엔 중심의 기존 다자 질서에 대한 대안 실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입수한 평화위원회 헌장 사본을 인용해, 해당 기구의 활동 범위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분쟁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헌장에는 평화위원회를 “분쟁의 영향을 받거나 분쟁 위험 지역에서 안정성을 증진하고, 합법적인 통치를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는 국제기구”로 규정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헌장 어디에도 가자지구가 직접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더 민첩하고 효과적인 국제 평화기구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담겼다. FT는 이를 두고 기존 유엔 체제의 한계를 전제로 한 문제의식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가자지구 관리 관련 결의를 평화위원회 구상의 근거로 제시해 왔다. 종전과 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행정부 내부에서는 “장차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성사시킨 다른 평화 합의까지 다룰 수 있다”는 언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유엔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의 유엔 탈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이달 초에는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31개 유엔 산하 기구에서 탈퇴를 결정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평화위원회는 유엔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병렬적 혹은 대체적 국제 중재 기구로 설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장에 따르면 평화위원회 의장에게는 권한이 집중된다. 의장은 회원국 가입과 탈퇴에 대한 광범위한 결정권을 갖고, 해당 결정은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번복할 수 있다.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 위원회 결정을 승인하고, 찬반이 동수일 경우 캐스팅보트도 행사한다. 특정 목적의 산하기구를 설치하거나 해산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의장에게 부여됐다.
회원국 임기는 기본적으로 3년이지만,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를 출연할 경우 임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와 독일, 호주, 캐나다에 가입을 제안했으며, 유럽연합(EU)과 이집트, 터키도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관리라는 한정된 목적에서 출발한 평화위원회가 실제로 글로벌 분쟁 중재 기구로 기능할 경우, 국제 분쟁 해결의 주도권과 다자 외교 질서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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