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필름 콘서트’ 열풍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콘서트. 영화 전체를 상영하면서 영화 음악은 오케스트라·합창단 220여 명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방식이다./아트앤아티스트 |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왕의 귀환’을 음악과 함께 틀어주는 ‘필름 콘서트’를 앞두고 공연장 복도에서는 팬들의 ‘코스프레(캐릭터 분장 놀이)’가 펼쳐졌다. 팬들은 등장인물이 입었던 의상과 소도구 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무게만 6.8㎏에 이르는 영화 속 아라곤의 모형 장검을 들고 온 팬도 있었다. 대전에서 영상 편집을 하는 유모(27)씨는 “‘반지의 제왕’ 2편이 개봉했던 20여 년 전 꼬마 아이 때부터 이 영화의 팬”이라며 “2년 전 영화 소품의 복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사이트에서 550달러(약 80만원)에 직접 구입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영어 강사를 하는 대니얼 에임스(30)는 악역인 ‘마술사 왕(Witch-king)’의 의상에다 극 중 무기인 도리깨 모형까지 들고 나왔다. 그와 사진을 찍으려고 공연장 복도에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그는 “2001년 첫 편이 나왔을 때부터 팬이었다. ‘반지의 제왕’을 사랑하는 건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양한 옷차림의 외국인 관객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그래픽=박상훈 |
영화가 공연장 속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공연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면서, 무대 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실연(實演)으로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필름 콘서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대사와 음향은 그대로 살리고, 음악만 다시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방식이다. 영화 전편(全篇)을 틀기 때문에 중간 휴식을 포함해 공연 시간은 3시간 40분에 이른다.
예전 ‘영화 음악 콘서트’는 별다른 영상 없이 주제가와 수록곡들을 연주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예술인 영화와 전통적 아날로그인 공연의 장점을 합친 ‘혼합형(하이브리드) 공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 필름 콘서트 역시 지난 2023년 1편 ‘반지 원정대’와 2024년 2편 ‘두 개의 탑’에 이어서 올해가 세 번째다.
영화 ‘반지의 제왕’ 악역인 ‘마술사 왕’의 의상을 차려입은 관객. 김성현 기자 |
이날도 대만계 지휘자 시흥 영이 지휘하는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까지 22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주제가상을 3차례 수상한 캐나다 작곡가 하워드 쇼어(80)의 유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스크린을 따라 흘렀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상민씨는 “영화와 콘서트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두 가지 방식을 즐기는 효과가 있다. 관객들의 인식도 언제든 볼 수 있는 영화 관람이 아니라 어디서도 보기 힘든 공연 체험으로 변하게 된다”고 했다.
영화와 공연의 장점을 결합한 ‘필름 콘서트’에는 서너 가지 특징이 있다. 화려한 볼거리의 대형 블록버스터가 우선이고, 아무래도 재상영이기 때문에 팬덤이 강한 시리즈물 중심이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 좋은 영화 음악이 있다는 점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00석) 같은 클래식 전용 홀보다는 다양한 장르가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인 세종문화회관(3000석)을 선호한다.
‘필름 콘서트’는 올해 상반기에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4월 25일 ‘타이타닉’과 26일 ‘아바타’ 1편 등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두 편을 같은 방식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인다. 5월 15~17일에는 영화 ‘해리 포터’의 마지막 8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공연한다. 영화 상영(上映)과 공연 상연(上演)의 경계도 사라지는 것이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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