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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 저자] 웹툰 싫어하는 만화가 “노하우 없는 게 강점”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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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 저자] 웹툰 싫어하는 만화가 “노하우 없는 게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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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진짜최종’ 들개이빨
/마음산책

/마음산책


“편집자님이 내 글을 기다리고 있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최소 한 명은 있다! 그러니까 글이 나오더라고요.”

웹툰 ‘먹는 존재’와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 뮤지션’으로 두 차례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은 만화가 들개이빨이 소개한 힘 빼기의 기술이다. “내가 만화가 대표도 아닌데”라는 걱정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그는 단 한 명의 독자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 3년 6개월 만에 에세이 ‘진짜진짜최종’(마음산책)이 출간됐다.

마감 시한을 한참 넘긴 저자의 죄책감이 글의 형식을 만들었다. 원고를 기다리는 편집자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만화가로서의 소회를 썼다. “안녕하세요, 편집자님. 원고가 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런 문장이 도배돼 있다. 작가의 죄책감이 전이돼 읽는 이도 덩달아 죄인이 된 듯하다. 제목은 출판사의 제안을 따랐다. ‘진짜진짜_최종.png’처럼 “프리랜서들이 가슴에 품은 파일명을 빗댄 제목”이라고 했다.

치열한 웹툰 업계에서 15년간 살아남은 비결이 궁금해 책을 펼쳤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작가는 “노하우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때문. 그렇지만 그게 그의 강점이다. “제 만화를 보신 분 중에서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냐, 부끄럽지도 않냐’고 경악하시는 분이 많아요. 이렇게까지 뻔뻔한 작가가 드문 게 아닐까요?”

작가의 솔직함은 상상 이상이다. 그는 “들개이빨이 제일 싫어하는 콘텐츠는?”이란 질문에 자신 있게 “웹툰”이라고 답한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그 일이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껴져 더는 즐겁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동네 호떡집을 지나가다가 깜짝 놀란 일화를 책에 썼다. “사장님이 손님이 없는 틈에 자기가 구운 호떡을 먹는 거예요. 자기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짜 멋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자학(自虐)에 능한 작가는 반대로 간다. 끝없는 자학을 원동력 삼아 작품을 쏟아낸다. “한심한 저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으니까요!” 부제는 ‘자신감 없는 만화가가 생존하는 법’이다.

'진짜진짜최종' 들개이빨

'진짜진짜최종' 들개이빨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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