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편집자 레터] 누구나 글을 쓸 순 없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원문보기

[편집자 레터] 누구나 글을 쓸 순 없다

서울맑음 / -3.9 °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여기서 말하는 글이란 책으로 묶이고 독자들에게 읽히는 완성도 높은 글을 지칭한다). 마찬가지로 각자의 숨겨진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능과 가능성은 본래 불공평한 자원이다.”

글쓰기에 대해 이토록 야멸차게 선을 긋는 사람은 소설과 에세이를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 임경선. 그는 신작 에세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토스트)에서 말합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이상화된 응원으로 들린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없다. 더더군다나 타인에게 읽히는 글은.”

임경선 에세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토스트

임경선 에세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토스트


사람들은 여러 예술 분야 중 유독 글쓰기에 대해서만은 문턱을 낮게 둡니다. 누구나 바이올린을 켤 수 있다거나, 누구나 조각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는 이야기하죠. 글이란 그만큼 보편적인 장르이고, 오직 펜과 종이, 쓰는 사람 그 자체만을 재료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널리 읽히고 팔리는 글’을 쓰는 건 재능의 영역이죠. 임경선은 잘라 말합니다. “항간에는 오래 버티는 게 재능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타고난 재능이 어느 정도 바탕이 되어줘야 할 것 같다. 예술 분야의 일에서는 부족한 재능을 후천적인 노력이 채워주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선천적인 재능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애쓰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글쓰기와 관련된 이런저런 책이 쏟아집니다만 달콤한 위로 없이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라는 조언을 담은 책은 오랜만입니다. 결국 재능과 절실함, 노력을 겸비한 사람만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책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시대에 던지는 질문으로도 읽힙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