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에 파견돼 3개월간 '세관 마약수사 은폐 의혹'을 수사한 백해룡 경정이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에서 파견 종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뒤 관련 수사팀을 이끈 백해룡 경정이 3개월 만에 검찰에서 경찰 지구대로 복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 수사권까지 쥐어줬지만 아무것도 밝혀낸 게 없다. 애초에 밝혀낼 것이 있을 리도 없었다. 수사 기밀 유출, 사건 관련자 신상 공개 등 범죄에 가까운 숱한 기행만 남겼을 뿐이다. 그가 떠난 뒤 검찰은 “백 경정의 법령 위반 행위로 피해를 본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검찰은 백 경정의 그간 불법 혐의 사실도 경찰에 통보했다.
공권력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정도를 넘어 코미디로 만든 책임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다. 백 경정은 세관원이 마약 밀수에 가담한 의혹을 윤석열 정부가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을 했다. 백 경정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내란 자금 관련 마약 수입 독점 사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을 망상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이상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백 경정을 검찰에 파견해 검경 합동수사팀을 보강하고,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수사팀장까지 지목한 것이다.
그 후 석 달 동안 수사 현장에선 혀를 찰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백 경정은 같은 수사기관에 소속된 검경 합동수사단을 “불법 단체”라고 비난했다. 수사 기록을 소셜미디어에 무단으로 공개하고 사건 관련자의 가족 신상까지 유출했다. 피의자의 인권을 짓밟고 수사 체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백 경정은 수사가 맨손으로 끝나자 “나의 파견 자체가 사건을 덮으려는 음모였다”고 했다. 자신에게 수사권을 준 이 대통령을 음모 기획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수사받은 사람들이 당한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백해룡 문제가 코미디로 끝나자 여권에선 ‘이 대통령은 백 경정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극성 지지층 설득을 위해 형식적으로 수사를 시킨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한다. 국가 공권력을 이렇게 사용해도 되나.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백 경정과 같은 사람이 더 이상 경찰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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