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은 늘 대중교통에 대해 불평한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를 탓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불평할 만한 것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영국인은 갑작스러운 철도 보수 작업에 콩나물시루 같은 대체 버스를 타고 지각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곤 한다. 넓고 쾌적한 지하철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낡고 비좁은 런던 지하철은 그야말로 충격적일 것이다. 버스 또한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거나 교통 체증에 갇혀 정체되기 일쑤다.
현대식 대중교통이 탄생한 영국에서 왜 지하철·버스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일까? 버스 운행 간격이 짧고, 크고 넓은 지하철이 다니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영국은 1825년과 1863년에 세계 최초의 철도와 지하철을 각각 만들었다. 1899년에는 세계 최초의 정기 버스 노선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영국 대중교통이 19세기 현실에 맞춰 설계됐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대중교통 수요가 적었기에 기차와 지하철 승강장이 매우 좁다. 자가용도 드물었기에 도로 대부분이 비좁은 1차선이다. 2026년 현실에 맞게 대중교통을 정비하려면 처음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반면 한국은 대도시의 가장 붐비는 지역조차도 대중교통과 자가용을 함께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도로가 있고 그 밑으로는 여러 노선의 지하철이 다닌다.
이렇게 열악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영국인으로서 빠르고 정확한 한국의 대중교통이 부럽다. 하지만 한국에선 대중교통 이용 시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많은 버스 기사가 영화 ‘탑건’의 톰 크루즈처럼 운전하는 한국에선 지인들로부터 “버스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최근에는 한국의 버스 기사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며 휴대전화로 온라인 도박을 하는 충격적인 영상도 보았다. 이런 현실이 슬프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다. 낡고 비좁은 영국 대중교통과 빠르지만 위험한 한국 대중교통. 이 극단적인 간극 사이에 중간 지점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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