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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거듭된 수모에 核 탑재 가능 미사일 쐈지만...

조선일보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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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거듭된 수모에 核 탑재 가능 미사일 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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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국가 수도, 6~7분 내에 닿는 3차대전용 무기
마두로 생포ㆍ러시아 유조선 나포ㆍ우크라 장기화 등 불리한 상황 속에
미국의 대(對)러시아 발언도 조롱ㆍ모욕적으로 바뀌어
트럼프 “푸틴 생포? 그럴 필요는 없다. 매우 실망했지만”
마코 국무 “러시아의 확전 염려 안해…세르게이, 메리 크리스마스!”
지난 9일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전진 배치한 오레슈니크(Oreshnik) 미사일로 폴란드와의 국경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주요 도시인 리비우를 공격했다.

오레슈니크는 독립적인 타깃을 맞추는 핵(核)탄두 6개를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대기권 재진입시 속도가 음속(音速)의 10배 이상이라, 종말 단계에선 요격이 극도로 어렵다. 벨라루스에서 쏘면 발사 6~7분 내에 유럽 주요국가들의 수도에 닿는다.

미국이 2019년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500~5500㎞) 전면 금지 조약(INF)에서 탈퇴한 뒤, 러시아가 2024년 우크라이나에서 처음 사용한 ‘3차 대전용’ 신형 중거리 전략미사일이다.

러시아는 사실 굳이 핵탄두 탑재가 아니면 군사적 효용성이 매우 제한적인 오레슈니크로 리비우를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훨씬 값싼 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 게다가 오레슈니크 미사일은 러시아의 전략로켓군이 운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오인(誤認) 보복 공격을 촉발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는 사전에 미국에 발사를 통보한다. 심지어 이번 공격에 쓰인 오레슈니크 미사일은 폭약이 없는 더미(dummy)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가 2024년 11월 21일 벨라루스에 배치 사실을 밝히면서 처음 공개된, 6개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중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

러시아가 2024년 11월 21일 벨라루스에 배치 사실을 밝히면서 처음 공개된, 6개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중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


그런데도 푸틴이 굳이 이 미사일을 쓴 것은 러시아에게 상황이 너무 ‘모욕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수십년간 남미 교두보로 공들인 베네수엘라에선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군에 기습적으로 생포되고, 러시아에게 유리하리라고 기대했던 트럼프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은 현재 그의 주된 관심 밖이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늘 우호적이었지만, 결코 ‘유용한 바보’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11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시작했던 독ㆍ소 전쟁 기간(1418일)을 넘어섰다. 중남미의 또다른 맹방 쿠바 역시 위기에 처했는데, 러시아는 거기에 보낼 해군력도 없다. 러시아 군사력의 주(主)무대는 우크리아나 국경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3차대전용 미사일로 ‘러시아는 여전히 초강대국이고, 푸틴이 통제력을 쥐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지난 9일 리비우에서 발견된 오레슈니크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의 파편. 우크라이나 정보국 배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9일 리비우에서 발견된 오레슈니크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의 파편. 우크라이나 정보국 배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오레슈니크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2024년 11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산업시설을 타격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 푸틴은 나토(NATO)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푼 데 대한 대응이라며, “오레슈니크는 요격 불가능”이라고 주장했다.

◇공들인 마두로는 생포되고


트럼프 재선 이후 러시아는 더 많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푸틴은 트럼프가 고립주의 외교정책으로 세계에서 발을 빼기를 기대했지만, 작년 성탄절에 트럼프는 기독교인들을 학살한다는 이유로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ISIS 캠프 수 곳을 폭격했고 1월10일에는 시리아의 ISIS 거점을 대규모 폭격했다.

급기야 러시아가 지난 20년간 350억 달러 어치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 육군 델타포스에 의해 생포ㆍ압송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10여 차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살해ㆍ납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면서, 러시아가 대출해 준 31억 5000만 달러의 상환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러시아 원조액의 대부분으로 구입한 러시아 방공(防空) 시스템은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에 동원된 미 군용기 150여 대를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미, 러시아 잠수함 보는 데서 러시아 유조선 나포

미국은 또 러시아가 외교 채널을 통해 “나포하지 말라”고 요청했던 러시아 깃발을 단 유조선 ‘벨라 1호(Bella-1)’를 2주 넘게 추적해, 지난 7일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 북대서양에서 나포했다. (나포장면 동영상)

지난 7일 북대서양에서 미 해양경비대 소속 먼로함이 나포한 러시아 국적의 유조선 ‘벨라-1호’를 이끌고 있다. 나포 직전까지 이 유조선은 러시아 잠수함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미 국방부 대변인실 배포/AFP 연합뉴스

지난 7일 북대서양에서 미 해양경비대 소속 먼로함이 나포한 러시아 국적의 유조선 ‘벨라-1호’를 이끌고 있다. 나포 직전까지 이 유조선은 러시아 잠수함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미 국방부 대변인실 배포/AFP 연합뉴스


이 유조선은 미국의 금수(禁輸) 대상인 베네수엘라 원유를 실으려고 베네수엘라로 가다가 미 해양경비대의 단속에 걸리자, 선박의 정보ㆍ침로ㆍ속력ㆍ위치 등을 자동으로 송수신하는 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고 도주했다. 도주 중에 러시아 국적으로 등록해 국기를 달고 이름도 ‘마리네라(Marinera)호’로 변경했다. 나포 당시 이 유조선 인근 해저엔 러시아 잠수함이 있었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러시아 유조선이 미국에 나포된 것은 처음이었다.

러시아의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년 3월 러시아는 쿠바와 광범위한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했지만, 미국이 쿠바를 기습 공격해도 러시아가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트럼프 “푸틴 생포? 그럴 필요 없다. 매우 실망했지만”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수사(修辭)도 ‘모욕적’ 뉘앙스로 바뀌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베네수엘라 작전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방공망이 잘 작동하진 않았죠?”라고 농담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마두로 석방을 요구하며 미국을 강력히 비난한 다다음날인 4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와의 확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우린 러시아 확전은 걱정 안 해요. 러시아가 마두로 정권에게 말로만 지지 하리라고 예상했죠. 만약 라브로프가 보고 있다면, ‘세르게이, 메리 크리스마스!(*러시아정교회의 성탄절은 1월7일)”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 석유기업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스뉴스 기자로부터 ‘푸틴도 생포하라’는 젤렌스키의 요청에 대한 의견을 질문 받았다. 트럼프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소. 늘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 매우 실망하긴 했지만”이라고 말했다. 푸틴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결국 러시아는 더미 탄두를 장착한 전략미사일로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 EU 외교정책 대표는 모두 오레슈니크 미사일 사용을 “명백하고 위험한 긴장 고조”라고 비난했다.

라트비아 소재 발틱안보재단의 안보전문가인 글렌 그랜트는 “드론이나 기존 미사일로 충분히 파괴할 수 있는 목표에 값비싼 초음속 무기를 쓴 러시아의 메시지는 리비우 다음엔 바르샤바(폴란드), 리가(라트비아 숟), 탈린(에스토니아)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틀랜틱 몬슬리는 15일 “러시아의 힘을 재확인시키려는 푸틴의 메시지가 새로운 버전(version)의 트럼프에게는 통하지 않고, 오히려 핵무기를 쌓아둔 두 노쇠한 독재자가 냉전 이래 가장 위험한 수준의 상호 확전으로 향하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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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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