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포스트 14일 보도
테헤란에서 이란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사용한 모습을 촬영한 영상./ AFP연합뉴스 |
이란 군경이 반(反)정부 시위대를 향해 산탄총 등을 발포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란 시위대는 유혈 진압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이런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 최소 6개 도시에서 이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14일 보도했다.
테헤란 밤거리에서 촬영된 한 영상을 보면 건물 옥상에서 군경이 달아나는 시민들을 향해 발사된 총성이 약 20초간 이어진다. 총성이 잦아들자 시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언급하며 “하메네이(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외친다. 시위대의 구호가 잦아들자 다시 총성이 들린다.
이라크 접경 도시 아바단에선 진압 장비를 갖춘 보안 요원 십여 명이 사복 차림의 민간인들을 향해 총기를 겨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부 도시 네이리즈에서 찍힌 영상에는 보안 요원과 시위대가 3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대치하던 중 시위대가 급히 도망치고 총성과 비명이 엉키는 소리가 포착됐다.
이란 군경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 워싱턴포스트(WP) |
무기‧탄약 전문가 N.R. 젠젠-존스가 이 영상들을 분석한 결과 이란 군경은 살상용 탄환이나 고무탄 같은 비살상용 탄약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 산탄총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AK 계열 소총처럼 살상용 탄환만 사용하는 화기를 사용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시위대는 당국의 무력 진압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이 같은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테헤란에서 찍힌 또 다른 영상에는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시위대로 보이는 시민이 “녹화해, 녹화해”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담겼다. 촬영자는 차 뒤에서 휴대전화를 높이 들고 무력 진압 장면을 녹화하려고 하자 주변의 다른 인물이 “휴대전화를 내려놔라. 저격수가 쏜 총에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음성이 이어진다.
11일 소셜미디어에 테헤란의 한 법의학센터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영상. 이란 당국의 무력 진압으로 희생된 희생자들의 시신이 곳곳에 널려있다. 로이터는 이 영상을 검증한 뒤 "건물, 도로 배치, 그리고 해당 지역의 위성 이미지를 통해 위치를 확인했다"고 했다./소셜미디어 |
이란 당국은 전파를 교란해 스타링크를 이용한 영상 송출을 막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 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달 28일 시위 발발 이후 군경 147명을 포함해 2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WP는 이 사망자 수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터넷 암전 속에서 시위대를 향한 탄압의 강도가 훨씬 잔혹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시위대 살해를 이유로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란은 이란 내 테러리스트와 이스라엘 간첩이 시위대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며 무력 진압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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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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