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왼쪽)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경부 제공. |
미국 재무부 장관의 이례적인 원화 가치 방어 발언과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 검토로 15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 아래로 눌렸지만, 환율 상승 기대 심리와 미국 성장세에 기댄 달러 수요를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 개입 효과는 일시적으로 나타났으나 구조적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우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의 이례적 발언은 무역적자 확대 방지와 대미 투자 안정성 확보라는 미국의 실리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이 오르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미국 재무장관이 타국 통화 가치에 관해 언급하는 경우는 주로 상대 국가가 의도적으로 통화 가치를 하락 유도하면 내놓는 경고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시장이 한국의 기초체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 노력을 간접 지원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날 발언을 두고 한미 간 강한 공감대가 깔렸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재정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재무장관은 최근 원화의 가파른 절하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면서 안정적 원화 흐름이 양국 교역 및 경제협력에 중요한 요소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보는 “우리로서는 미 재무부측에 ‘외환시장 변동성과 불안이 커지면 대미투자 이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이행돼야 하는 시점”이라며 “과도한 원화 가치 하락은 미국에도 부담이기에 한국 당국과 공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국까지 동원한 정부의 개입 영향력이 얼마나 이어질지다. 당장 이날 하루만 봐도 시장 진정 효과는 길지 않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1457.5원까지 떨어졌으나 점점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7.8원 내린 1469.7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외화안정 세제지원 3종 대책을 발표하고, 금융당국에선 주요 증권사 대표들을 불러 미국 주식투자 마케팅을 자제하라고도 요청했지만 보름도 채 되지 않아 환율은 1470원대로 올라섰다.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달러를 대거 사들인 영향이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환율 상승 기대 심리가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정부가 새로운 거시 건전성 조치를 검토한 배경이다. 최 차관보는 “국민과 금융기관들이 원화 가치가 절하될 거란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그 행동이 실제로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 상황”이라고 했다.
일단 이날 발표로 당장 1480원 이상으로 오르진 않겠으나 상승 기대심리에는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1480원대 환율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명확히 부여한 만큼 이 레벨 이상으로 원화가 절하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고령화로 인한 저축 증가와 인공지능(AI) 등 유망 산업 중심지가 미국인 점을 고려하면 해외 자산 투자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환율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성장률이 우리나라를 앞질러 장기적인 투자수익률이 높다는 점”이라며 “정부 대책으로 1~2개월 정도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저성장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계속 불안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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