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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 무효’ 고환율에 통화정책 ‘흔들’…금리인상엔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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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 무효’ 고환율에 통화정책 ‘흔들’…금리인상엔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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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5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의 ‘중단’ 신호를 보낸 것은 ‘추가 금리 인하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시장의 기대 심리를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전방위 시장 개입과 수급 대책에도 백약이 무효인 환율 상승세에 거시 통화정책이라는 ‘무딘 칼’까지 꺼내 든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기존의 ‘금리 인하’ 문구를 아예 빼버렸다. 지난해 4분기 통화정책방향이 ‘완화 기조’에서 ‘중립 기조’로 이동했는데, 이번 회의에선 ‘동결 장기화’로 한발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이동한 셈이다. 통상 금리 인하는 원화 가치를 낮춰 환율과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금통위의 경계감은 훨씬 강해졌다. 직전 금통위(지난해 11월) 때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1명 있었지만,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소수의견 없는 만장일치다. 향후 금리 전망도 매파적으로 확 바뀌었다. 금통위원들(총재 제외 6명)의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포워드 가이던스)은 5 대 1로 동결이 절대다수였다. 직전에는 인하와 동결이 3 대 3으로 팽팽했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위원도 “금융 안정 변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환율과 집값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훨씬 더 커졌다는 게 대다수 금통위원들의 판단인 것이다.



한은은 올해 초 ‘환율 되돌림’에 대해, 4분의 3 정도는 엔화 약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여건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4분의 1은 국내 요인(수급)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과 수급 대책 이후 1480원대에서 1420원대까지 낮아졌는데, 새해 들어 1470원대까지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설명회에서 “지난달 당국의 안정화 조처 이후 국민연금의 환헤지(위험분산) 물량이 나오고 해외 투자도 줄었다. 기업들도 해외에서 외환을 갖고 들어왔다”며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대규모로 달러를 사는 상황이 반복됐고, 해외 주식 투자 규모도 지난해 10~11월 수준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국내 개인 투자자의 대미 주식 투자 순매수액은 올해 들어 14일까지 9거래일 동안 22억4천만달러로 지난달 전체 규모(18억7천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이 총재는 또 “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빌려만 주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달러 보유 심리로 대차 시장에서는 달러가 남아돌고 현물 거래 시장에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환율 수준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일축했다. 이 총재는 “6개월 전만 해도 금리를 안 내려 실기했다고 하더니 갑자기 환율이 오른다고 금리를 안 올려서 이렇게 됐다고 한다”며 “한은 금리정책은 환율이 아닌 물가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환율 대응의 수단으로 쓸 수 없다는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다.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인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대체로 연내 금리 동결 전망이 많은데, 하반기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동결 이후 기준금리의 방향성은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하반기 성장률이 기대보다 약할 경우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통위 결정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면서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큰 폭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3년 만기물은 9.4bp(1bp=0.01%포인트, 3.090%), 10년물은 7.5bp(3.493%) 각각 올랐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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